여성을 전시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일본의 전쟁 범죄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도쿄에서 열린 ''여성 국제 전범 법정''이 12일 히로히토 천황과 일본 정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5일간의 재판 일정을 모두 마쳤다.

재판부는 이날 히로히토 천황과 옛 일본 군간부 등이 인간의 노예화·고문,살인,인종적 이유 등에 의한 박해 등을 금지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죄''를 위반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아시아에서 자행된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을 둘러싸고 국제 관습법으로 정착돼 온 ''인도에 대한 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특히 히로히토 천황에 대해 "실질적인 일본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위안소 설치 등 일본군의 잔학 행위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한 기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2차대전후 일본군의 전쟁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설치된 극동 국제군사재판에서 기소를 모면했던 히로히토 천황은 전후 반세기만에 국제 사회에서 전쟁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일본의 국가 책임에 대해서도 "일본군이 위안부들에게 행한 행위는 당시 일본이 가입,비준했던 인신매매 금지 조약,강제 노동 금지 조약 등의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일본 정부는 전후 위안부 관련 문서를 소각하는 등 만행 사실의 은폐로 일관하면서 국제법의 정의에 비추어 마땅히 져야 할 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개인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피고 개개인에 대한 재판부의 심리 결과와 최종 판결문은 내년 3월과 8월의 국제 여성의 날에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