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이성과 종교적 감성을 접목시킨 ''상생의 불교 경영학''(이노우에 신이치 지음,이은래 옮김,이지북,7천원)이 출간됐다.

저자는 일본 미야자키 은행 총수를 지내고 현재 불교진흥재단 회장과 다카치호상대 수석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가 병으로 죽은 후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오랫동안 경제·경영에 자신의 전공과 불교의 원리를 결합시키려 노력했다.

이 책은 그의 독특한 경영관을 집약한 불교식 경영학 교과서다.

그는 불교 경영학이야말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을 살린 새 시대의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한다.

무제한적으로 생산과 소비를 극대화해 인간 정신마저 병들게 하는 한쪽 극단과 국가통제 체제의 또다른 극단을 모두 극복하는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경쟁을 통한 개인의 자본 축적은 인정하되 그 쓰임새는 남을 돕고 더불어 자신도 성숙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철학.

이것이 불교 경영학의 키워드다.

저자는 이같은 마인드로 기업을 경영한 CEO들의 성공적인 삶을 사례별로 확인시켜준다.

후지은행 설립자인 야스다 겐지로는 엄청난 자본가가 되기까지 남 위에 군림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 자체가 곧 세상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했다.

세제회사로 유명한 가오의 요시로 마루타 회장은 세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익의 전부를 재투자했으며 경쟁회사들에도 개발법을 알려줬다.

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한 결단이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 헨리 포드는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자동차 소비를 늘리고 제조단가를 낮췄다.

회사 직원들과 일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준 것이다.

YKK지퍼를 설립한 다다오 요시다,후지 다이수의 다카요시 신조 회장의 예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환경과 인간을 살리고 이상적인 노동·복지 정책을 앞당기는 상생의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눈에 보이는 발전에 몰두한 나머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의 중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쇼토쿠 태자가 사회주의 방식을 취해 민중의 희생을 줄인 것과 인도의 아소카 왕이 평화·자비 정신으로 백성을 전쟁에서 구하고 복지와 공공사업에 주력한 것도 이같은 성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옛 사람들도 그랬는데 하물며 21세기 첨단 시대의 두뇌들이야 어떤 룰로 게임에 임해야 하겠느냐고 되묻는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