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주 두차례에 걸쳐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10조원 규모의 회사채 중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2조2천억원이며,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되는 회사채 28조2천억원 중 5조4천억원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내에 10조원규모의 채권형펀드를 조성하고,프라이머리 CBO 2조원을 발행하며,은행에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도입, 은행의 대출을 독려하는 경우 자금경색을 풀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부 4대 대기업의 회사채마저 유통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대책으로 자금경색을 풀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내년에 만기가 되는 회사채 규모는 66조5천억원이다.

이 중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 기업분을 제외해도 39조3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만기연장이 불투명한 채권규모는 7조4천억원의 투기등급을 포함,14조원에 이르고 있다.

현 자금시장 위기의 근본 원인은 기업신용에 대한 신뢰위기와 또 금융시스템의 마비로 집약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정부나 시장참여자 모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신용보증의 확대,CLO·CBO 발행,채권형펀드 조성 등을 통해 금융경색에 대응하면서 내년 상반기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경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첫째 국내기업 부채규모의 절대 수준이 줄지 않고 있으며,실질금리수준이 IMF이전보다 낮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가 급속도로 하강,기업신용에 대한 신뢰위기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기업금융을 전담했던 상업은행 투신사 종금사들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며 이들 금융기관의 정상화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설사 일부 우량은행간 합병과 부실은행의 금융지주회사 편입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들 은행은 소매금융에는 적극적으로 나설지라도 기업금융에는 매우 소극적일 전망이다.

셋째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공개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기업어음(CP) 및 회사채시장은 마비되어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이 쉽게 회복되지 못할 전망이다.

따라서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자금시장 경색이 올해와 같이 내년 내내 지속되면서 금융불안이 증폭,정부가 기대하는 하반기 경제회복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실물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금융경색이 심화되어 경기회복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기업 부실화와 함께 금융이 동반 부실화되는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근본 대책으로는 기업의 신용위험을 대폭 제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 채권형펀드보다 규모가 훨씬 큰 대규모의 펀드를 조성,투신사의 기존 CBO뿐만 아니라 신규 CBO·CLO를 수용,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을 과감하게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금융을 전담하는 금융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부실은행중 일부 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전담은행으로 개편해야 한다.

15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시중은행이 기업금융에 소극적이고 소매금융에 특화하는 문제가 재발돼서는 안될 것이다.

산업은행 등 정부은행의 기업금융 기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 은행수신 금리를 대폭 낮추어야 한다.

현재 금융기관 대출의 평균 예상손실률은 3%에 육박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손실을 더하면 손실률은 6%에 달한다.

현재와 같이 은행 예금금리와 회사채 투자수익 간에 차이가 적은 상황에서 투신권의 회복과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는 요원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기관 및 기업의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자산의 시가평가를 더욱 강화,투명성을 확보해야 하고 부실기업 및 부실금융기관을 보다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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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