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퍼지는 '불황 증후군'] (4.끝)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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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압구정동에서 가진 한 수입명품 의류매장 개장식은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초청 손님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어지간하면 ''1백만원대''였지만 손님들은 개업 인사치레라며 싹쓸이를 해 주었다.
먹고살기 힘들다며 사방에서 아우성을 치지만 여전히 햇볕만 내리 쪼이는 곳도 적지 않다.
언제나 밝은 곳이 있게 마련이지만 불황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운 때여서 명암(明暗)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요즘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연회장을 잡을 수 없다.
연이어 열리는 망년회로 ''풀부킹''상태다.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인 갈빗집이 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백화점들은 실종된 겨울 장사를 ''귀족 마케팅''으로 만회하고 있다.
전례없이 세일 매출이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명품관은 늘 만원이다.
강남 G백화점 수입명품 매장의 경우 3백만∼4백만원대의 여성 정장과 1천만원대의 모피코트 매출이 작년보다 30%이상 늘었다.
수입 화장품 매출도 늘었다.
반면 일반 추동복 매출은 20% 정도 감소했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중형은 미달사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청약인파로 교통장애가 빚어질 정도였지만 요즘은 ''할인판매''를 해도 안나간다.
서울지역 10차 동시분양은 1순위에서 54.1%가 미달되기도 했다.
반면 1백평짜리 초대형은 아름아름으로 다 팔린다.
허름한 차림의 고객에겐 모델하우스조차 보여주지 않지만 소문도 없이 팔려버린다.
불황이 깊을수록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봉급생활자 가운데 상위 20%의 월소득은 하위 20%의 월소득의 5.28배로 나타났다.
97년엔 4.5배였지만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으로 갈수록 평등)도 96년 0.291에서 외환위기 때 0.3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2분기엔 0.317로 높아졌다.
올 하반기 추정치는 0.35로 나와있다.
이런 명암이 계층간의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반감으로 번지는 것이다.
최근 한모(34)씨는 자신을 해고한 사장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됐다.
툭하면 전화를 걸어 "얼마나 잘 사는지 보겠다.자녀들이 학교에 갔다가 오지 않으면 내가 잡아간 줄 알라"고 협박해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모(41)씨는 점포 전세금을 갑자기 2천만원이나 더 달라고 하는 점포주인을 폭행해 구속됐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 데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데 울컥해 그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서강대 문진영 교수는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소득격차가 벌어지면 곧이어 범죄지표가 악화되는 게 통계적으로 분석돼 있다"며 "고소득층의 경제생활을 좀더 건전하게 유도하면서 중하류층의 불만을 달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중하류층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정상적인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기지 않게 해야 사회안정이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초청 손님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어지간하면 ''1백만원대''였지만 손님들은 개업 인사치레라며 싹쓸이를 해 주었다.
먹고살기 힘들다며 사방에서 아우성을 치지만 여전히 햇볕만 내리 쪼이는 곳도 적지 않다.
언제나 밝은 곳이 있게 마련이지만 불황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운 때여서 명암(明暗)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요즘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연회장을 잡을 수 없다.
연이어 열리는 망년회로 ''풀부킹''상태다.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인 갈빗집이 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백화점들은 실종된 겨울 장사를 ''귀족 마케팅''으로 만회하고 있다.
전례없이 세일 매출이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명품관은 늘 만원이다.
강남 G백화점 수입명품 매장의 경우 3백만∼4백만원대의 여성 정장과 1천만원대의 모피코트 매출이 작년보다 30%이상 늘었다.
수입 화장품 매출도 늘었다.
반면 일반 추동복 매출은 20% 정도 감소했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중형은 미달사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청약인파로 교통장애가 빚어질 정도였지만 요즘은 ''할인판매''를 해도 안나간다.
서울지역 10차 동시분양은 1순위에서 54.1%가 미달되기도 했다.
반면 1백평짜리 초대형은 아름아름으로 다 팔린다.
허름한 차림의 고객에겐 모델하우스조차 보여주지 않지만 소문도 없이 팔려버린다.
불황이 깊을수록 계층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봉급생활자 가운데 상위 20%의 월소득은 하위 20%의 월소득의 5.28배로 나타났다.
97년엔 4.5배였지만 격차가 심하게 벌어졌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으로 갈수록 평등)도 96년 0.291에서 외환위기 때 0.3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2분기엔 0.317로 높아졌다.
올 하반기 추정치는 0.35로 나와있다.
이런 명암이 계층간의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반감으로 번지는 것이다.
최근 한모(34)씨는 자신을 해고한 사장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됐다.
툭하면 전화를 걸어 "얼마나 잘 사는지 보겠다.자녀들이 학교에 갔다가 오지 않으면 내가 잡아간 줄 알라"고 협박해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모(41)씨는 점포 전세금을 갑자기 2천만원이나 더 달라고 하는 점포주인을 폭행해 구속됐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 데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데 울컥해 그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서강대 문진영 교수는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소득격차가 벌어지면 곧이어 범죄지표가 악화되는 게 통계적으로 분석돼 있다"며 "고소득층의 경제생활을 좀더 건전하게 유도하면서 중하류층의 불만을 달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중하류층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정상적인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기지 않게 해야 사회안정이 지켜진다고 강조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