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부채 탕감을 골자로 하는 ''농어업인 부채경감특별법''이 진통 끝에 이번 국회에서 제정될 모양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1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총 4조5천억원 규모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의 특별법을 의결,전체회의에 회부했다.

금리가 비싼 자금은 낮은 금리의 자금으로 바꿔주고,정책자금은 장기 분할상환토록 허용해준다는 것이 그 골자다.

여기서 발생하는 금융기관 손실은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해주게 되는데 그 규모가 자그마치 4조5천억원에 달한다. 여야합의로 의결된 내용인 만큼 이변이 없는한 법 제정은 확실해졌다.

우리는 그같은 특별법을 통한 농어촌 부채탕감이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고,누차 반대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더구나 지난 89년말에 이어 11년만에 부채탕감법안이 재현된 것은 지극히 좋지않은 악선례를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

앞으로 어떤 농어민들이 대출자금 상환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려 할 것인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당장 정상적으로 높은 이자를 내고 이미 상환을 마친 성실한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경제불안의 와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 영세민과 소기업들이 부채탕감을 주장한다면 어떤 논리로 거절할 것인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특별법제정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이상 지금 다짐해야 할 것은 더이상의 그같은 불합리한 정책선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어촌 경제가 막대한 부채누적과 농산물 가격폭락 등으로 유례없는 시름을 겪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92년 농산물수입개방을 골자로 하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무려 42조원의 투융자사업이 방만하게 집행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농민들이 국회합의안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방만한 농정의 시정이 농어촌부채대책의 근본이 아닐수 없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표만 의식해 논리에도 전혀 맞지않는 농가부채탕감을 선거공약으로 내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같은 공약이 결국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극력시위를 불러 온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번 특별법 제정도 타당성 여부를 떠나 시위만 하면 수용해주는 듯한 인상을 남긴 것도 매우 유감스럽다.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