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판날 것 같던 2차 은행 구조조정이 또다시 혼미상태다.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과 한빛은행간 통합에 대한 입장 결정을 유보했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주택은행과 합병에 반대하는 노조측 투쟁으로 반 감금상태다.

하나은행과 한미은행간 합병문제도 결론나지 않았다.

이처럼 은행 구조조정이 혼돈에 빠진 데에는 정부의 조급증과 은행장들의 무소신이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은 어디로=외환은행의 2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 방크는 외환은행의 지주회사 편입에 대한 방침 결정을 뒤로 미뤘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비공식적으로 알아볼 결과 코메르츠는 한국의 금융구조조정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노조 등에서 반발하고 있는 점도 코메르츠의 방침 결정을 유보하게 만든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정부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외국인주주가 불신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 주도의 지주회사가 어떻게 운영될지,한빛과 외환이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일 경우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고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금융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등등 에 대한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코메르츠에 편입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대형지주회사를 원하는 정부가 앞뒤 고려 없이 섣불리 제안했다가 정책에 의문점이 많다는 "뼈아픈" 충고만 받은 셈이다.

김 행장은 "코메르츠가 언제 이 문제를 결정할지 알 수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3월까지 건전 우량은행으로 탈바꿈 한뒤 지주회사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당초 경영전략이었다"고 말해 외환은행이 당장 지주회사에 편입하는 것은 불투명해졌다.

이 경우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가 먼저 출범한뒤 향후 코메르츠의 태도가 확정된 뒤 환은이 지주회사에 편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조 반발 가속화=노조 반발로 국민과 주택은행간 조합은 여전히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이틀째 행장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조측이 언제 합병발표문에 사인을 할지 모른다며 행장실을 전면 통제한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압력이 있었는지,합병이 불가피한 것인지 설명해야 노조원도 승복할 것은 승복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노조는 합병이 사실화될 경우 금융노조와 함께 전면 공동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신한과 제주은행도 당초 이날 합병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제주은행 노조의 반발로 합병발표를 연기했다.

한편 국민은행의 대주주인 골드만삭스는 13일 "주택은행과 합병문제를 검토중이지만 확정이 됐다는 보도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외국계 대주주들도 현재까지는 합병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한미은행=한미은행은 이날 "대주주인 칼라일 건소시엄에 하나은행과 합병에 동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합병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안팎의 질타에 대한 해명이다.

하지만 정작 키를 쥐고 있는 김병주 칼라일 아시아회장은 14일부터 한미은행측과 합병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칼라일이 동의를 해줘야 합병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검토하는데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