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무역투자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내 수입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수입차 판매가 부진하다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는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답을 보냈다.

미국 정부기관과 같은 공식 채널은 아니지만 한.미 양국간 무역투자 환경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이례적인 조치였다.

이 "보고서"는 암참이 한국내 투자.무역 전반의 장벽을 조사,매년 3,4월께 발간하고 있다.

1년후 각 분야별 문제점의 해결여부를 점검하는 등 사후 관리도 철저하다.

한국 정부가 매년 이 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만큼 암참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이 커졌음을 뜻한다.

지난 1953년에 설립된 암참은 1천여 미국계 다국적 기업과 한국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기업 단체.개인회원만도 2천여명에 달한다.

산업별로 32개의 분과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사실상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한국 지부 역할을 하고 있다.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가 고문을 맡고 있다는 사실도 암참의 이러한 "반관반민"성격을 보여주는 사례다.

암참의 가장 큰 역할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권익 지키기.지난 8월 암참은 지수선물을 이관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한 반대 의견을 청와대 등에 전달했다.

모건스탠리 등 미국계 증권사들의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결제 위험이 커진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한국 정부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민간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총대"를 멘 것이다.

암참이 산하에 두고 있는 각 산업별 분과위원회는 매달 한국 정부의 고위 관료 등을 초청,각종 산업 현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

지난 8월에는 벤처위원회를 추가로 설립,미국 자본과 한국내 벤처기업간의 전략적 제휴를 주선키로 하는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은 "한국내 뿌리를 내리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지난달 전경련과 공동으로 대규모 취업 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