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제는 국내증권사의 목줄마저 옥죄고 있다.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로 도매영업 단계에서 벗어나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수익증권 판매,주식매매중개등 소매영업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진출상황=대개 외국증권사들은 한국사무소->지점->현지법인으로 점차 몸집을 불려간다.

현재는 대부분 지점형태로 진출해 있다.

메릴린치,모건스탠리,UBS워버그,HSBC,노무라,엥도수에즈 WI카,다이와,CSFB,크레디리요네,클라인워트 벤슨,SG,자딘플레밍,ING베어링,ABN암로,골드만삭스,JP모건증권 서울지점등이 대표적이다.

체이스 맨해튼,리먼 브라더스,DLJ,클라리온 캐피털,니꼬증권등은 서울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추세=미국의 메릴린치와 프랑스의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이 조만간 서울지점을 한국현지법인으로 승격시켜 본격 소매영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메릴린치는 내년 2.4분기께 현지법인으로 몸집을 키우고 국내 고액 개인투자자들에게 해외수익증권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CLSA증권은 주식매매중개,수익증권 판매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외국사들이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등 큰손들만 상대하는 도매영업에만 치중해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매주문을 받아 중개하는 소매영업이 허용됐으나 수익성이 시원찮아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98년부터 한국의 주식투자인구가 급증한데다 수익증권 뮤추얼펀드등 간접투자시장이 급성장,시장파이가 커지자 이같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향후 다른 외국사들도 속속 현지법인화할 것으로 보여 국내 증권산업이 급속히 잠식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영향력=외국사들의 국제적인 신인도,글로벌 네트워크,기업및 경제분석력,엄격한 리스크 관리는 국내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닥친이후 외국인들은 국내 증권사에 거의 주문을 주지 않고 있다.

결제이행능력,투명성등 신뢰도의 문제 때문이다.

이옥성 엥도수에즈 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외국인중 90% 이상이 외국증권사 창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진용 CLSA증권 서울지점장도 "최근 한국에서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시중자금이 몰리는 현상에 주목하고 소매영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외국증권사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조사분석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본사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해외정보,자료와 함께 선진화된 분석틀로 생산되는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주식 "매수"나 "매도"를 유도한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리스크 관리 역시 외국증권사들의 강점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전력 포항제철등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해외증권을 인수,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주간사업무를 독식해 오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열심히 주식중개 수수료를 벌어봐야 외국증권사가 대규모 M&A중개,주식인수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수료에 비하면 보잘 것없다"고 말한다.

잘 정착된 준법감시인(Comliance Officer)제도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의 한 단면이다.

이정자 HSBC증권 서울지점장은 "본사에서 실적 다음으로 챙기는 게 리스크 관리"라고 강조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