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출범하는 부시행정부의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유력시되는 로버트 조엘릭 통상 및 외교정책보좌관은 최근 무역전문 신문인 BN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즉각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EU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국가들과도 이같은 협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시행정부 통상정책의 총론은 이처럼 공화당정부가 전통적으로 그래왔듯이 ''공정무역(Fair Trade)에 입각한 자유무역(Free Trade) 확대''다.

그러나 각론까지 그렇게 흐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미국은 최근 무역적자가 하루 10억달러에 달하고 경상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3%에 이르는 등 이미 통상 쪽에서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결국 부시 당선자가 겉으로는 자유무역의 신봉자라 해도 공화당정부는 정보통신산업 서비스분야 등 비교우위에 있는 신경제 미국상품의 판매를 늘리고 철강 자동차 등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주의적 색채를 띨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선거 막바지 대표적 철강산업 중심지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행한 선거운동에서 "클린턴과 고어 행정부가 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은 불공정한 해외 철강제품 수입을 막는 데 실패했다"며 "우리가 이기면 외국의 불공정한 수입품에 대해 보다 공격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시행정부 통상정책의 몇 가지 큰 특징중 하나는 통상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미국의 교역 리더십 회복에 둘 것이라는 점이다.

무역적자의 원인이 미국의 지도력 상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부시진영은 따라서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대외협상권을 위임받는 신속협상권한(Fast Track)의 재연장을 통해 외국의 무역장벽 해소와 시장개방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외국의 무역협정 이행요구와 시장개방 압력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미국의 수출품을 국제경쟁에서 불평등한 위치에 놓이게 하는 외국의 불공정한 교역관행,법규,정부보조금 지급 등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약해왔다.

또 무역협정은 단지 협정문의 서명만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협정 상대국의 약속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무역협정과 환경 및 노동문제 연계반대.

클린턴행정부와는 달리 무역협정을 경제외적인 환경과 노동문제와 연계시키는 데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구온난화방지 다자간협정인 교토협정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과 환경노동 연계문제는 이미 세계적 추세이고 민주당의원들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통상압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항상 내재돼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강화되면 한국도 자동차 철강 등 양국간교역이 크게 균형을 잃고 있는 업종이 주요 타깃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부시는 교역 불균형에 대해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어서 미국내 한국자동차시장 확대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국자동차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