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은 물론 정부당국도 이번 판정을 계기로 앞으로 비슷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최근 기술개발 위험을 분담할 목적으로 국제적인 공동 연구개발이 많아지면서 불공정 계약 또는 불리한 해석으로 인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져 더욱 그렇다.
분쟁은 지난 91년 5월 ETRI가 퀄컴사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CDMA방식 이동통신 상용화기술을 공동개발하는 대가로 퀄컴사가 국내업체로부터 징수한 이동통신관련 기술료의 20%를 받기로 한 계약내용의 해석에서 비롯됐다.
셀룰러폰 뿐만 아니라 PCS와 무선 PABX도 CDMA방식 반도체칩을 사용하므로 이들로부터 징수한 기술료도 당연히 배분돼야 하며,배분대상은 세금을 내기 전인 총기술료여야 하고 기술료배분 의무기간도 퀄컴사가 국내업체들로부터 기술료를 받는 시한인 오는 2006년까지여야 마땅하다는 우리측 주장에 대해 퀄컴사가 동의하지 않고 지난 97년부터 일방적으로 기술료의 11% 정도만 지급하자 ETRI가 98년 10월 중재신청을 한 것이다.
이번 판정으로 ETRI는 퀄컴사로부터 받지 못한 기술료 배분금을 합해 8천6백만달러를 내년 1분기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퀄컴측이 항소할지 모르므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의 판정이 사법적인 권위를 갖고 있고 주요 쟁점사항에서 우리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분쟁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본다.
어쨌든 유리한 판정을 받은 것은 다행이지만 계약내용을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분쟁발생을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비슷한 분쟁을 예방하자면 우리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은 국제계약을 추진할때 이분야 전문변호사들의 자문을 받아 계약내용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국제계약 전문변호사들이 태부족하므로 필요하다면 저명한 외국법률회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정보통신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간에 협력사업이 활발한데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전문변호사들로 부터 체계적인 법률자문을 받기 어려운 형편이므로 관계당국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법률자문을 해주는 비영리 기구를 마련해주면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