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철훈(41)씨가 첫 시집 ''살고 싶은 아침''(창작과비평사)을 펴냈다.

1997년 ''창작과 비평'' 봄호로 등단한 지 3년만에 묶어내는 시집이다.

정씨는 광주와 혁명을 주제로 한 시를 선보인다.

''거리에도,방안에도,농짝에도,책상에도/도청에도,민원실에도,우리들의 심장에도/하! 역사가 없네,눈물이 없네/이제 어린 두 발을 감쌌던/배내옷에서부터 역사는 다시 쓰자/''(역사가 없네 중)

정씨는 역사의 본질적인 문제를 아직 놓지 않고 있다.

한국통신 국제회의실에 가서 카자흐스탄까지 쫓겨간 큰아버지와의 화상전화를 시도하며 시인은 광주 금남로와 모스크바의 백야를 떠올린다.

''지금 와 생각하니 수많은 죽음들은/스스럼 없이 나를 통과했다/그들은 초연히 인연을 끊었던 것인데/그걸 왜 몰랐을까/그들처럼 나도 연을 매듭짓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정씨는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러시아 외무부 외교아카데미 역사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시인 신경림씨는 "정씨가 찾는 곳은 더 너른 세상일 수도 있고,평생 한 번도 피지 않은 꽃의 세상일 수도 있고,나서 자란 고향일 수도 있다"며 "갈수록 잔망스러워지는 우리 시에 새로운 모습을 보탤 시편들"이라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