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우리는 언 손을 잡았다.

방파제 끝엔 뒤집히는 파도,

더 먼 곳이 우리를 부르는 것이라 믿었다.

등덜미에 물보라가 끼얹어지고

수없는 길들이 쓰러져왔다.

그리고 너는 중학교 선생,

어한기(漁寒期)엔 학생들이 무더기로 잘려나가고

학적부에 붉은 줄을 그어 넣으며

그들에게 고향을 심는다고,찬비 내리는 밤이다.

무엇이 여기서 더 내려야하고

무엇이 여기서 그만 그쳐야 하나.

유리창에 빗줄 하나 흔들리고

그 너머 밤배 하나 흐른다.

나 혼자는 무섭고

너희들도 함께 침묵하는 이 밤에는

무엇이든 놓아버리고 싶다.

흩어진 암초에 엎드리고

옆구리에 잠자코 받는 작살.

시집 ''동두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