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책 소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독서토론 TV 프로그램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EBS가 지난 12일부터 매주 화요일 방송하고 있는 ''정운영의 책으로 읽는 세상''(연출 류현위 오후 9시20분).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논란이 되고 있는 서적이나 베스트셀러 작가와의 토론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분석한다.

책 소개 프로그램은 그동안 TV에서 몇차례 시도됐으나 단순한 소개차원을 뛰어넘지 못해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와 달리 라디오 책 소개 프로그램은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지난 99년 1월부터 시작한 SBS 러브FM ''김갑수의 책하고 놀자''(매일 오후 4시5분)는 청취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색다른 포멧으로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어 지난 11월 신설된 KBS ''이주향의 책마을산책''(월∼토 오후8시10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BS ''정운영의…''는 기존 TV나 라디오 책 소개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삶을 다룬 최인호 작가의 ''상도''를 소개한 첫회 때는 진행자 정운영씨와 저자 최인호씨가 임상옥이 부를 쌓는 과정과 말년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며 오늘날의 경제위기와 정경유착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류현위 PD는 "이 프로그램은 책 내용과 작가 근황을 소개하는 기존형식에서 탈피해 진행자가 시청자와 비평가 입장에서 책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책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읽어낼 것인가 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에는 재일교포 최초로 일본 종합대 교수가 된 가와가나대의 윤건차 교수가 출연,그의 저서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으로 80,90년대 한국지식인의 사상을 짚어본다.

26일에는 박원순 변호사의 저서 ''내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를 다룰 예정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