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불황 터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내년 경영환경이 어느때보다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절실한 화두는 ''생존전략''이다.

부도공포에 시달리는 기업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 동아건설 해태 고합 쌍방울 진도 등 실패한 기업들의 궤적은 "이 길을 피해야 살아남는다"는 생생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거꾸로 보는 성공학"이라는 관점에서 실패한 기업들이 남긴 교훈을 "송년 시리즈"로 재조명해본다.

㈜대우의 해외프로젝트 핵심참모였던 M씨의 회상.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추진과정에서 금융부문에 이르면 매번 벽에 부딪쳤다. 지급보증과 출자관계 등을 검토할 단계에 이르면 핵심재무담당 중역들조차 확실한 답을 주지 못했다. 김우중 회장의 결심을 직접 받아야만 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한때 재계 서열 2위였던 대우그룹이 붕괴되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김우중 전회장이 ''세일즈(판매)''의 귀재이면서 동시에 ''금융의 귀재''로도 통했다는데서 비극의 단초를 찾는 이들이 많다.

최고 세일즈맨인 김 전회장이 CFO(재무최고경영자)를 겸임하는 과정에서 ''균형과 견제''의 제동장치가 완전히 풀려버렸고 그 결과 대우 부실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는게 상당수 대우맨들의 자체 분석이다.

대우조선의 노사분규등을 몸소 수습해나가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자신의 장기인 ''세일즈''에 전념하고 관리는 창업동지들에게 맡겼던 김 회장의 스타일이 ''만기친람''형으로 바뀌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세계경영'' 막판에는 외국금융기관까지 대거 끌어들이면서도 국내외 계열사간에 얽히고 설킨 복잡한 돈흐름을 제대로 꿰뚫고 있는 이는 김 전회장 뿐이었다고 한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상호견제와 균형''을 잡아줘야 할 오너가 1인2역을 할 경우 ''모''아니면 ''도''식의 경영행태가 빚어지고 기업의 리스크 노출도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것이 ''대우실패''의 뼈저린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회장이 글로벌경영을 추구하면서 별도의 CFO를 두지 않았던 점은 대우 침몰의 결정적인 패착으로 지적된다.

동아건설의 최원석 전회장은 또다른 케이스다.

최 전회장은 리비아 대수로공사같은 대규모 해외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큰 결정만 하고 세부 업무는 참모에게 맡기는 이른바 ''레이건형''''치어리더형'' 경영자로 통했다.

이런 경우 유능한 참모진을 구축해야 하는데 최 전회장은 이에 실패한 케이스로 지적된다.

동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아파트재개발사업 등에 무리한 투자로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급증했기때문이지만 재계나 증권가 기업분석가들은 동아 전문경영인의 능력부족과 관료주의를 꼽는다.

동아 법정관리 신청서를 작성한 법무법인 광장은 "경영진의 방만한 회사운영 및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단기차입금 급증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적시했다.

대충 챙기는 스타일의 오너 밑에 제대로 챙기는 전문경영인이 있어야 하는데 동아는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 전회장 자신도 동아를 떠나면서 "IMF사태를 예견하지 못했고 자금이 그렇게 어려운지 막판에야 알았다"고 자책했다고 한다.

새한의 경우 현장을 무시한 오너경영 때문에 빚어진 실패작이다.

2세 경영인이었던 이재관 전회장은 글로벌경영을 내세워 현장 사정을 모르는 외부 교수에게 자문 및 컨설팅을 받아 그룹을 운영하는 ''임상경영''을 시도했다가 환경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낙마한 케이스로 통한다.

대우 동아 새한의 오너경영 실패로 전문가들이나 주식시장이 오너경영 자체를 ''도맷금''으로 배척하지는 않는다.

최근들어 경영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오너 책임경영에 대한 요구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현대문제는 오너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시장도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싫든 좋든 오너가 해결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일수록 과거 실패한 오너경영의 문제점을 꼭 짚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