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가 다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 14일 실시된 1조2천6백억원 규모의 5년짜리 예금보험기금채권(예보채) 1차 입찰에선 38개 금융기관이 총 3조1천4백억원 어치를 응찰,연 6.99%의 비교적 낮은 금리(높은 가격)에 전량 낙찰됐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에선 향후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확산되며 매수세가 국고채로 이어졌다.

15일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 6.67%로 떨어져 작년 6월12일(6.6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시중자금의 우량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의 돈가뭄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급기야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기업 돈가뭄 해갈에 나섰다.

한은은 지난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총액대출한도를 기존 7조6천억원에서 9조6천억원으로 2조원 늘리기로 했다.

한은은 또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금융기관에 긴급자금을 대주는 유동성조절대출 한도를 현행 2조원에서 3조원으로 1조원 확대키로 했다.

기업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최대 3조원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셈이다.

하지만 한은이 돈을 푼다고 기업 돈가뭄이 해갈될지는 의문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당면한 금융시장 경색현상은 유동성 부족 탓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진 금융 불균형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주엔 올 예보채 발행물량 가운데 나머지 1조3천억원에 대한 2차 입찰이 실시된다.

우량채권에 대한 랠리가 이어져 금리가 하락세를 거듭할지 주목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과열돼 금리의 단기급락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만 현재 여건에서 급반등하기도 힘들 것"이라며 "2차 예보채 입찰이 있을 때까지는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