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는 과연 어디로 가나.

총 부채 20조원의 거대 부실기업인 대우자동차의 처리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현대자동차 등 숱한 원매자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모두 한발짝 물러선 가운데 대우차 처리는 이제 제너럴 모터스(GM)로의 매각을 유일한 대안으로 남겨놓고 있다.

그나마 GM으로 팔릴지도 극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GM은 대우차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며 철저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격을 낮추려는 협상전략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대우차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희박할 경우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 노사양측은 좀처럼 구조조정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하고있다.

채권단도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자금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의 연쇄이탈및 도산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완성차업체로서의 존립기반 자체가 무너질 공산이 크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법정관리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시된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노사양측의 회생의지와 능력을 기준으로 법정관리 개시여부를 결정한다는 태도를 갖고있다.


<>구조조정 과연 잘될까=역시 노조의 태도가 관건이다.

노조는 인위적인 인력감축이나 생산라인폐쇄에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노조는 대우차 구조조정 용역을 맡은 아더 앤더슨의 구조조정 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지난 14일 투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아더 앤더슨은 보고서를 통해 우선 6천9백명의 인력감축을 제안했다.

내년 국내공장의 생산목표 56만대를 기준으로 각 공장별 인력수요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감축폭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절감 목표액도 당초 회사측이 정한 4천2백억원 보다 1천5백억원이나 늘려잡았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가 노사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자의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물론 노조도 대우차를 둘러싼 여건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회사측 주도로 진행될 경우 조합원으로부터 신뢰를 잃게될 뿐만 아니라 대규모 해고사태에 직면하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대우차 구조조정 성사여부는 회사와 채권단측이 근로자들의 불안심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래면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느냐,또 노조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어떤 모양새를 갖추며 회생의지를 갖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한다.


<>GM 언제 움직일까=대우차 문제에 간여하고 있는 각 처리 주체들중 유일하게 홀가분한 곳이 바로 GM이다.

사실 법원이 법정관리를 기각하고 싶어해도 이 문제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쉽지않다.

노조도 현실을 뻔히 알면서 언제까지나 구조조정에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단이 회사측 역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GM의 최근 동향은 바로 이런 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점령군"이 아니라 "구세주"로서 한국시장에 무혈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있다는 분석이다.

GM은 그러나 "매력적인"한국시장 진입을 발판으로 동아시아내 자신의 세력권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마냥 시일만 끌고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GM 실무자들이 부지런히 서울을 오가는 만큼 대우차의 구조조정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날 시점에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측은 이 시기를 빠르면 내년 1월로 보고있다.

다만 인수방안에는 채권단이 받아들이기에 대단히 "혹독한"조건들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대우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포드의 경우 대우차 초기 정상화자금으로 28억달러를 책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같은 계산이 사실이라면 실제 GM이 채권단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GM은 북미시장 여건이 악화되고있다는 점을 빌미로 북미와 유럽지역 공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대우차 인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운사이징"에 들어간 기업이 비싼 가격에 다른 기업을 인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