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가 지난 4월25일 르노에 매각된데 이어 11월2일 삼성상용차 퇴출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르노는 한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에 불과 6천5백억원을 투자하면서 진입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한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첫번째 해외 메이커가 되는 기록도 남기게 됐다.
한편 르노와의 매각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국제협상의 미숙함은 대우자동차 매각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돼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매각과정=지난해 삼성자동차가 부도처리된 이후 업계에는 삼성은 르노에 매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삼성이 닛산의 기술을 기초로 설립됐고 닛산을 르노가 인수했다는 게 근거였다.
르노의 인수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2000년 사업계획에서 1.4분기에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르노는 1월 17일 부사장급을 단장으로 한 실사단을 한국에 대거 파견했다.
실사 과정을 통해 인수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르노는 김대중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3월7일 4억5천만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이 투자한 5조원에 비하면 턱없는 가격이었을 뿐 아니라 5천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매년 영업이익으로 상환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던 정부는 매각시한을 못박으며 채권단과 삼성측을 재촉했다.
당시 삼성 관계자는 "시한을 못박아 속사정을 다 드러내면 어떻게 협상을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3월27일 2차 협상을 시작했지만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시한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소유권을 갖고 있던 공익채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르노는 당시 이 문제를 자체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사표시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적전 분열이었던 셈이다.
채권단과 르노는 4월21일 프랑스 현지 협상에서 6천2백억원에 삼성자동차를 매각키로 합의,결말이 지어졌다.
<>현황 및 전망=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9월7일 공식 출범식을 갖고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판매대수는 매달 2천8백~3천여대를 오가는 선이지만 내년까지 중형차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중 SM5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영업망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002년에는 닛산이나 르노의 플랫폼을 활용한 준중형급 SM3를 내놓고 SM5를 통한 중형차 시장 점유율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제롬 스톨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2002년까지 12만대 2005년까지 24만대를 생산,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6년 이후에는 생산량을 50만대로 끌어올려 그중 절반을 르노와 닛산의 해외판매망을 통해 수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SM5라는 단일모델로 2년 가까이를 버텨야 한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또 프랑스 기업문화와 한국 기업문화의 충돌을 극복하고 부실화된 협력업체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도 과제다.
마지막으로 최근 노사협상을 둘러싼 마찰에서 보듯이 과거 삼성그룹식 노사관계를 지속할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