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자금의 국내 우량 벤처기업 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의 벤처캐피털과 대기업들이 잇따라 지분참여 등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대규모 투자설명회에 적극 참여해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계 자금의 이같은 한국투자 열풍은 최근 한국에서 벤처투자 열기가 급속히 냉각됨에 따라 궁지에 몰린 한국 벤처기업들의 우수한 기술을 헐값에 살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디지털FK(대표 김기대)는 지난 14일 일본 노무라 계열의 JAFCO로부터 3백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두루넷도 지난 14일 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SB두루넷펀드''에서 2억5천만달러를 받았다.

유니소프트(대표 조용범)는 일본 소니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SCN)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개인용 휴대단말기(PDA) 생산업체인 세스컴(대표 전병엽)은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국내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3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초 한국인터넷기업에 투자했던 일본의 대형 벤처캐피털인 GMB창투는 내년부터 인터넷음성통신(VoIP) 관련 국내 벤처기업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일본 벤처캐피털들은 최근들어 한국 벤처기업의 투자설명회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KTB네트워크 사옥에서 열린 국내 12개 벤처기업 투자설명회에는 일본 대형 벤처캐피털인 아펙스 그로비스의 호리 요시토 대표, 디브레인 시큐리티스의 데나와 요시토 대표 등 6개 일본 벤처캐피털 대표들이 직접 참가했다.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7일 도쿄에서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으로 열린 투자설명회에는 20여개 일본 벤처캐피털과 기업들이 참가했다.

엔트러스트리미티드 송동근 사장은 "IMF 위기 동안 한국 벤처기업들을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쉬워했던 일본계 자금이 최근 한국의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다시한번 기회가 오자 한국 벤처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길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