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 독점전재 ]

미국 대선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따라서 이제는 대선 혼미사태 때문에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게 됐다.

월가의 유명분석가들은 혼미를 거듭한 대선사태가 마무리되면 미 주가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관측해왔다.

그러나 대선사태 종료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미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미 기업들의 수익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가 둔화되고 있고 기업의 자금줄이 말라붙고 있는 탓이다.

최근 미 기업의 수익악화 경고는 일상적인 일이 됐다.

미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차례대로 향후 실적이 분석가들의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고 그 대가로 시장으로부터 매질을 당하고 있다.

"기업수익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퍼스트콜의 분석가 척 힐의 지적이다.

지난 10월초 월가의 증시전문가들은 S&P500기업의 4·4분기 수익이 15.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7%로 전망치를 낮추었다.

첨단업체들의 수익전망치도 29%에서 10%까지 하향조정했다.

이 때문에 4·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1월 미 증시는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자 월가는 다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에게 구애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1998년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당시 깔끔한 뒤처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FRB는 세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거액의 돈을 풀어 금융경색을 막아냈다.

그린스펀 의장도 월가의 눈길을 의식했는지 지난 12월5일 "나 여기있소"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내년4월물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0.5%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린스펀의 마술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금리인하는 달러약세를 초래한다.

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미국금융자산 매입을 주저케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한번 꺾인 소비자들의 경기신뢰가 그린스펀의 주사(금리인하)로 다시 회복될지도 의문이다.

미국인들이 기록적인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금리인하라는 경기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미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반응할 여지가 많다.

급격하게 불어난 부실채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기업대출을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채시장의 전망은 갈수록 암울하다.

물론 그린스펀 의장은 1998년 당시의 신용경색 재발 우려는 없다고 장담한다.

그렇지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인 BCA에 따르면 금융스트레스지수는 악화일로다.

94년 멕시코 외환위기와 97년말 아시아외환위기,98년 LTCM파산 때보다 더 나쁘다.

회사채시장의 경색현상은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수단인 기업어음(CP)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다.

최우량 CP와 신용등급이 낮은 CP 사이의 가산금리는 11월말 0.25%포인트에서 지금은 1%포인트로 확대됐다.

기업들이 단기차입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데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하향조정되고 있는 탓이다.

현재의 미국경제는 부시 대통령 당선자에게 결코 달갑잖은 상태다.

부시의 선거공약인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투자심리를 되돌려 놓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부시 당선자는 미 경제의 키를 그린스펀 의장에게 맡겨놓은 이상 지난 92년의 대선패배를 이유로 그린스펀에 괘씸죄를 물으려는 아버지(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될 것이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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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