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위성방송사업본부 시청자 상담팀에서 근무하는 A씨는 귀가하자마자 TV부터 켰다.

컴퓨터 자판모양의 무선리모컨으로 데이터채널의 인터넷서비스 항목을 선택한 후 ID를 입력했다.

"영화 VOD 서비스를 추가하고 싶다" "PPV 프로그램의 요금이 잘못 계산됐다"는 등 그새 시청자들로부터 수십통의 e메일이 들어와 있다.

메일답장을 한 후 다시 리모컨으로 ''마이채널''을 선택하자 프로그램안내서비스를 통해 예약해둔 33번의 성인시트콤과 18번의 미 LPGA 결승전이 저장돼 있다.

샤워를 마친 A씨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댄 채 시트콤부터 보기 시작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실시되는 디지털위성방송은 그동안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TV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위성방송시대에 TV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대상이 아니다.

컴퓨터의 쌍방향성과 케이블방송을 능가하는 1백여개의 전문채널이 시청자를 기다린다.

그동안 KBS MBC SBS와 일부 케이블방송만 보아야 했던 시청자들은 입맛대로, 취향대로 맘껏 채널을 고를 수 있다.

위성방송 개시 첫해에 74개인 채널수는 2005년에는 1백14개로 늘어난다.

굳이 다 볼 필요는 없다.

채널티어링(몇개의 채널을 묶어서 제공하는 서비스)을 통해 영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보고싶은 채널서비스만 받으면 된다.

시청료도 패키지별로 월 6천9백∼3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위성방송이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을 비롯한 부가서비스는 다양한 전문채널과 함께 시청자를 잡아끄는 또 다른 매력이다.

TV를 통해 홈뱅킹 전자상거래 e메일 등 이전까지 컴퓨터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서비스가 TV에서도 실현된다.

위성방송을 통해 안방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위성방송시대의 개막은 영상산업을 비롯한 관련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역할을 한다.

''꿈의 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보다 산업파급 효과가 더 일찍 나타난다.

다채널 구성을 위한 프로그램 수요 창출로 게임 애니메이션 음반 영화 방송영상 등 다양한 제작환경과 유통을 촉진시키고 멀티미디어서비스개발을 위한 기술개발을 가속화시킨다.

업계에서는 사업개시 4년 후에는 약 10조원의 연관산업효과와 10만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