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업자가 선정된 국내 위성방송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통합방송법을 둘러싼 지난 5년 동안의 지리한 논란으로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위성방송 불모지로 남아있었다.

이로 인해 스타TV,NHK 등의 해외방송에 안방을 내준 지 오래다.

국내 상공을 넘나드는 해외 위성방송이 3백여개에 달할 정도다.

따라서 국내 위성방송사업자가 초기에 차별화된 방송콘텐츠와 서비스로 안정적인 시청가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위성방송사업의 과도한 투자비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성방송사업이 통신과 방송을 한데 묶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 아니면 케이블방송의 전철을 밟을지는 위성방송 플랫폼사업자의 손에 전적으로 달렸다.

◆가입자 확보가 사업승패 가른다=위성방송은 기존의 지상파방송과 달리 철저하게 유료에 기반한 ''상업방송''이다.

지상파방송이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한 데 비해 위성방송은 수익의 90% 이상을 시청자로부터 받는 수신료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입자 조기확보 여부가 위성방송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 백개에 달하는 다채널만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를 유인할 수 없다.

이미 국내에서 방송되고 있는 케이블방송만도 40개가 넘고 해외 위성방송까지 합하면 케이블시청가구의 평균 시청채널은 70여개에 달한다.

따라서 쌍방향서비스에 기반을 둔 전문채널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방송콘텐츠시장은 기존 지상파방송이 84%를 차지하는 독과점상태이며 케이블PP(프로그램공급업체)와 독립프로덕션은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 3사가 기존 지상파에서 해오던 관행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시청자들은 굳이 비싼 수신료와 셋톱박스를 설치해가며 위성방송을 볼 이유가 없다.

위성방송이 성공하려면 열악한 국내프로그램 제작여건이 개선되고 지상파방송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선결과제다.

◆고가의 수신기도 문제=위성방송 조기정착의 또 다른 걸림돌은 고가의 셋톱박스다.

30만원대에 이르는 셋톱박스와 설치비까지 부담한다면 일반 가정이 위성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50만원대에 육박한다.

방송 6년째를 맞는 케이블방송의 설치비용은 5만원 미만인데도 기본형 시청가구가 겨우 70만가구에 머물러있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대해 KDB측은 가입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신기 할부판매 등을 실시,방송 실시 5년차에 2백만가입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현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익은 낼 수 있나=KDB는 사업개시 5년차인 2005년에 2백만가입자를 확보해 당기순이익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그 때까지 투자비는 총 2조5천억원.

하지만 이는 셋톱박스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30만원의 셋톱박스에 13만∼2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이와 관련한 추가손실만도 3천5백억원대에 달한다.

당기순이익 실현시기도 예정보다 7년가량 늦어지게 된다.

국내보다 앞서 디지털위성방송을 실시한 일본의 경우 사업개시 4년차에 1백10만가구,영국은 2년차에 30만가구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KDB가 지나치게 사업을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황근 선문대 신방과 교수는 "당장 내년부터 케이블과 위성방송이 시청자를 두고 출혈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에서 KDB가 당초 약속대로 5년내 당기순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