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일어났던 실화 한토막.

한국인 관광객을 안내한 30대 후반의 현지 가이드가 게임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슬롯머신에 동전을 넣고 레버를 당겼다.

그런데 시범을 보이기 위해 단 한번 당긴 슬롯머신에서 무려 12억원에 달하는 잭팟이 터졌다.

관광객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뜻밖의 횡재를 얻은 가이드는 이후 직업을 바꿨다고 한다.

중국 광둥성의 주강 삼각주 남단에 위치한 마카오.

지난해 4백42년만에 포루투갈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넘어간 마카오는 1964년 도박이 합법화된 이후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로 입지를 굳힌 도시다.

카지노 산업은 연간 이용객이 2천만명을 넘을 정도로 마카오 제1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대낮에 마카오의 대표적 카지노인 리스보아 호텔 앞을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홍콩 영화의 한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10여명의 경찰들이 전날 밤 카지노에 뿌려진 돈을 은행으로 실어 나른다.

장갑차에 가까운 수송차량의 행선지는 길 건너편 중국은행.

마카오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알려준다.

흔히 마카오는 카지노 외에는 볼 것도, 할 일도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마카오 만큼 동.서양 문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관광지도 드물다.

마카오인들은 1백여년 동안 포르투갈 국민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졌다.

때문에 이들은 큰 갈등 없이 동.서양의 문화를 공유하게 됐다.

이는 포르투갈식과 중국식이 맛있게 버무려진 다양한 요리들과 건축양식 등에서 잘 나타난다.

마카오는 곳곳이 유적이고 명소다.

거리에 세워진 벽에도 사연이 있다.

마카오를 찾는 이들이 먼저 들르는 곳은 기아 요새와 등대.

기아 요새에서는 도시 전체와 주강의 경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중심에는 1865년에 들어선 중국 해안 최초의 등대가 있다.

등대 옆에 프레스코 장식으로 만들어진 교회가 특히 눈길을 끈다.

펜하 언덕 기슭에 있는 아마 사원은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

뱃사람들의 수호신 "아마"(바다의 신)를 모신 곳으로 마카오란 이름이 여기서 생겼다.

포르투갈인이 상륙해 지명을 묻자 사람들은 "아마가오"라 대답했고,포루투갈인은 이를 줄여 마카오라 불렀다고 한다.

붉은 기와 색상과 크고 웅장한 내부가 인상적이다.

마카오 유적지중 가장 널리 알려진 성바오로 성당은 시가지 중심부 구릉위에 세워져 있다.

17세기 초 이탈리아 수도사가 설계하고 일본 천주교인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1835년 화재로 파사드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실됐지만 양각으로 된 장식과 동상들이 이색적이다.

파사드 뒤쪽의 종교 예술 박물관에는 17세기 천주교 순교자들의 유물이 보관돼 있다.

마카오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카지노다.

마카오에는 리스보아 킹스웨이 자이알라이 캄펙 등 정부가 공인한 9곳의 카지노클럽이 성업중이다.

이곳에선 블랙잭 룰렛 등 세계공통의 게임 외에도 많은 단추를 4개씩 제거해 나가다 남은 수를 알아맞히는 게임인 환탄 등 마카오 특유의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마카오 경찰중 유일한 한국인 출신인 이동섭 총교관은 "정선에 카지노가 문을 연 이후 마카오를 찾는 한국인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월.목.토.일 오후 8시에 열리는 개 경주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

마카오 반도 북쪽에 위치한 카니드롬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개 경주장이다.

호주산 그레이 하운드 종이 벌이는 개 경주는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될 만큼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밖에 중국 경제특구인 주해시와 경계를 이루는 국경 관문을 비롯,펜하교회 자비에르성당 관음당 마카오박물관 주택박물관 미니카경주장 등 볼거리가 많다.

호텔과 레스토랑에선 중국 요리와 포르투갈 요리, 이들을 융합해 만들어낸 마카오 요리를 고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마카오=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