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패션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유행과 히트 아이템이 공존했다.

봄 여름에 걸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글리터링 패션,거리를 온통 60년대풍으로 바꿔 놓은 물방울 무늬의 향연,젊은 여성들 사이에 명품 붐을 일으킨 요조숙녀 스타일,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불어닥친 모피 열풍 등...

올 한해 여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패션 트렌드들을 살펴본다.


1.반짝이 패션 돌풍

새 천년 새봄 패션의 주인공은 글리터링(Glittering)패션이었다.

반짝이는 비즈(유리나 도기로 만들어진 구슬)와 스팽글로 만든 꽃자수 장식이 거리 곳곳을 누볐다.

반짝이 구슬장식의 활용범위는 다양했다.

재킷 블라우스 셔츠 청바지 등 각종 아이템에 자수가 놓여졌다.

특히 거의 모든 여성복과 캐주얼 업체들이 밑단에 자수 놓은 청바지를 만들 정도로 "글리터링 진"의 인기는 대단했다.

재료는 비즈와 스팽글 외에 큐빅 크리스탈 거울조각 등이 주로 쓰였고 문양은 고전적인 용 문양에서 꽃 나비 구름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로웠다.

글리터링 패션은 여름까지 계속됐으며 구두 핸드백 등 잡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2.복고풍 무늬 부활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복고풍 문양이 봄부터 겨울까지 패션계를 뜨겁게 달궜다.

봄 여름에는 60년대 유행했던 물방울 무늬가 복고풍의 사절로 등장했다.

올 봄에 선보인 물방울 무늬의 가장 큰 특징은 얇고 하늘거리는 시폰이나 부드러운 실크와 만나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한다는 것.

여기에 리본이나 프릴,퍼프(puff)소매 등의 장식이 어우러져 로맨틱한 복고풍을 완성했다.

바늘로 찍은 점처럼 아주 작은 핀도트(Pin Dot)에서부터 동전만한 코인 도트(Coin Dot),지름 1cm정도의 폴카 도트(Polka Dot)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방울 무늬가 인기를 얻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는 트위드 헤링본 하운즈투스 등 복고 무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80년대풍의 이 문양들은 요철감이 있어 일반 울 소재보다 깊이 있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낸다는게 특징.

트위드는 거친 조직의 방모직물을,헤링본(Herringbone)트윌은 청어뼈 모양처럼 능선 방향의 골이 있는 직물을 말한다.

올 가을 유행한 영국분위기의 재킷이나 스커트 등의 대표적인 소재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3.과감한 노출패션

여름에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노출 패션이 주목을 받았다.

"백리스(backless)"와 "홀터넥 슬리브리스" 등이 그 주인공.

홀터넥 슬리브리스는 앞 몸판에 이어진 밴드를 목뒤에 두르듯이 매는 스타일.

그 모양이 말고삐(홀터,halter)와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어깨와 팔이 드러나고 목선이 깊게 파여져 섹시한 느낌을 준다.

백리스는 등이 훤하게 드러나는 스타일.

시원하고 섹시한 디자인이 강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연예인이나 입을 정도로 대중화되지 못했으나 올 여름엔 일반 여성들에까지 보편화됐다.


4.파시미나 열풍

패션 소품중 올해 최고 히트 아이템을 고르라면 단연 파시미나를 꼽을 수 있다.

파시미나는 직사각형에 길이가 길고 큼직하면서 얄팍한 두께의 숄을 말한다.

좀더 엄밀히 말하면 "히말라야 고지대에 사는 염소(카프라 히르쿠스)의 목과 배부분의 털,그리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숄"만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소재나 생산지와는 관계없이 비슷한 외관을 갖춘 숄 모두를 파시미나로 부를 정도로 보통명사화됐다.

지난 봄 패션리더층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데 힘입어 올 가을부터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다.

브랜드마다 파시미나를 취급하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백화점마다 전문코너를 마련해 치열한 판촉전을 벌였다.


5.요조숙녀 스타일

귀족적이고 얌전한 모습으로 꾸민 요조숙녀 이미지가 20대 여성패션을 주도했다.

위 아래를 통일한 격식 있는 수트,단정한 허리 여밈,풍성한 소매,패드를 넣은 어깨 등의 디자인으로 여성적인 매력을 한껏 강조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지향한다.

이 스타일은 페라가모와 질샌더 등 고급 수입브랜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 "명품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6.모피.가죽의 향연

가장 고전적인 소재였던 모피와 가죽이 올 겨울에는 미래 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소재로서 새롭게 태어났다.

재킷 코트 모자 구두 핸드백 등 다양한 아이템에 모피가 이용됐다.

그동안 즐겨쓰인 밍크외에도 토끼털 머스카렛 다람쥐털 등 20여종의 모피가 등장했다.

가죽 또한 송아지 뿐 아니라 산양 악어 낙타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의 가죽이 쓰였다.

특히 구멍이 숭숭 뚫린 듯 표면이 오돌도돌한 낙타가죽은 부츠와 핸드백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설현정기자 sol@hankyung.com

도움말=신원 디자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