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 등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추진됐던 해외매각과 외자유치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 이후 유일한 후보기업으로 지목된 미국의 GM은 관망상태다.

현대투신과 미국 AIG사와의 외자유치 협상도 특별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일차적 원인으로 미숙한 대외 협상력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의 국제협상력 수준을 점검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알아본다.

[ 토론자(가나다순)

정의용 외통부 통상교섭조정관
전성철 세종대 경영대학원장
곽노성 동국대 통상학부 교수

사회 : 최경환 한국경제신문사 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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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전문위원=그동안 우리경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많은 해외매각과 외자유치 관련 협상이 있었다.

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달라.

◆전성철 세종대 경영대학원장=그동안 한국은 기업이란 물건을 파는데 별 경험이 없는 나라였다.

미숙한 점이 많았던 것은 당연하다.

협상은 상대방과의 상대적인 힘의 불균형이라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상업적인 이익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곽노성 동국대 통상학부 교수=한국은 협상이라는 것을 너무 몰랐다.

상황별로 대안을 제시하고 가치창조적 협상이 돼야하는 데 협상 전문가들이 없어 시행착오가 너무 많았다.

경험과 지식 모두 없었다는 데서 협상력 부재의 근본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의용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협상력에 문제가 있고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우리는 그동안 투자한 금액을 상환받는데 초점을 둔 반면 사는쪽 입장에서는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등 인식의 차이가 컸다.

◆최 위원=구체적으로 제일은행 매각,서울은행 처리,대우차 매각이 대표적 실패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주먹구구식 아마추어적 접근이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나.

◆곽 교수=상업적 이익이라는 조건에서 접근하면 사는 사람은 미래가치로 매물을 바라본다.

포드는 대우차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한국측에서는 협상의 기본인 가격과 비밀유지의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

기업전략이 미리 노출됐고 금감위,재경부,청와대 등 사공이 너무 많았다.

◆최 위원=구조조정위원회가 협상의 주체로 적합한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닌 집단이 협상주체로 나서서 협상을 지연시키고 매각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곽 교수=구조조정위원회는 위기관리를 위해 갑작스레 만들어진 조직이다.

위기관리와 협상은 전혀 다른 분야다.

협상전문가가 객관적 상황분석과 과정설계를 맡아야한다.

포드의 경우 시간당 5백달러를 받는 전문가를 비롯해 2천여명의 전문가 집단이 협상에 참여했다.

게임이 안되는 경기였다.

◆전 원장=문제는 올바른 사람을 쓰고 또 그사람이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는지 감시하는 체계를 제대로 만들었냐 하는 것이다.

◆최 위원=협상전략과 관련해 매각시한과 가격을 공개하고 소나기식으로 매물공세를 퍼붓는 등 전략적 실수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다.

◆전 원장=문제는 기업의 내재가치지 매물이 넘친다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M&A시장은 30조 달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우리가 내놓은 매물은 전부합쳐 1천억달러 정도로 세계 M&A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곽 교수=매각시한을 정해놓으면 서두를 수밖에 없다.

각종 비용도 발생한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 원장=모든 협상은 시한이 있다.

그렇지만 시한과 가격을 공개한것은 미숙한 행동이었다.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지 못한것도 아쉬운 점이다.

◆정 조정관=국민의 알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강한 것도 문제다.

외국의 경우 협상담당자에게 모든것을 일임하고 기다린다.

언론의 앞선 보도 등 사회적 분위기가 협상담당자에게 부담이 된다.

협상 전략이 우리 스스로에 의해 사전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최 위원=정부협상을 한번 돌아보자.

정부의 협상력도 의문이다.

마늘협상,납꽃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연 주권이 있는 나라인가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전 원장=우리 정부의 협상력이 세계적 수준에 미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합리적 토론보다는 주로 직관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문화가 문제다.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곽 교수=실제로 한국 정부 실무자들은 논리전개에 약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불합리한 정책이라도 나름의 이유와 논리를 잘 제시한다.

우리는 주장만 많지 논리가 맞지 않는게 현실이다.

◆최 위원=현 정부들어 외교통상부내에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대해 평가 해달라.

◆정 조정관=협상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조직개편후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있고 우수인력들도 통상교섭본부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 원장=통상교섭본부 신설은 진일보한 것이라 평가한다.

그렇지만 외교는 융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통상은 한두푼을 놓고 싸우는 일이기 때문에 통상교섭본부를 외교통상부 산하에 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

◆최 위원=협상력 제고를 위해 시급히 해야할 일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달라.

◆정 조정관=세계화와 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담당전문인력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어학능력을 키워야한다.

실무진들도 자신의 분야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야도 갖춰야 한다.

◆곽 교수=실무진들의 순환보직제를 개선해야 한다.

각 정부 부처마다 따로 노는 조정력 부재현상도 타파돼야 한다.

부처간 이견을 조정할 권한을 통상관련 부서에 주자.외교관 시험에 교섭이나 통상협상론 등을 신설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전 원장=협상과정에서의 실수가 실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협상은 하나의 기술이다.

어느 조직에서든지 중요한 협상이 있을 경우 협상을 가장 잘 하는 사람이 협상 책임자로 나서야한다.

형식적인 부서별 책임을 따져서는 곤란하다.

정리=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