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신라의 태자는 손에 작은 상아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며 동궁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서쪽으로 높이 보이는 왕궁을 바라보며 나라의 밝은 미래를 꿈꾸지 않았을까요."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조사 10년 성과공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가유산청은 태자의 공간인 동궁지(東宮址) 등 신라 왕실 유물에 관한 최신 발굴 성과를 공개했다. 국가유산청은 2014년부터 신라의 궁궐인 월성(月城) 등 왕실 관련 유적 14곳을 정비·복원하고 있다.먼저 동궁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부지가 경북 경주 월성의 동편에서 발견됐다. 그동안 궁궐 내 호수인 월지(月池) 서편의 대형 건물지가 동궁의 터로 알려져 왔다. 이곳이 아니라 월지 동쪽으로 220m가량 떨어진 곳에 '진짜 동궁'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기존 동궁으로 추정했던 곳은 건물의 위계가 높아 동궁으로 확정하기 어려웠다"며 "새롭게 발견된 동궁지가 진짜 동궁지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라고 설명했다.이번에 확인된 동궁지의 존재는 2020년 발굴조사 과정에서 처음 알려졌다. 정면 25m 측면 21.9m로 약 460㎡(139평) 규모다. 궁궐 마당에 연못을 조성해 꾸민 흔적과 독립적인 상·하수도 체계, 남북으로 길게 뻗은 복도식 구조물이 확인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626~681) 재위 시절인 679년 "동궁을 짓고 처음으로 궁궐 안팎 여러 문의 이름을 지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국가유산청이 월지 동편의 동궁 터를 '진짜 동궁지'로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동궁지로 알려졌던 월지 서편의 동궁지가 태
프랑스 파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빛의 도시(Ville Lumiere)’다. 빛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린 인상파의 시작점이 된 도시에 어울리는 이명이다. 샹젤리제, 몽테뉴 거리에 늘어선 럭셔리 패션하우스와 불후의 명작들이 걸린 루브르, 오르세미술관을 오가는 파리지앵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파리는 지금도 반짝인다.그렇지만 예술과 패션만이 파리를 빛내는 전부는 아니다. 적어도 2월의 파리를 수놓는 건 따로 있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술인 와인이다. 세계적인 와인 박람회 ‘와인 파리’가 열리는 사흘 동안은 ‘와인에 물든 파리’를 만끽할 수 있다. 명품 보르도 와인부터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 온 와인까지 두루 즐길 수 있어서다.6일 프랑스의 주류 전시 전문기업 비넥스포 그룹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Porte de Versailles) 전시장에서 ‘와인 파리 2025’가 열린다. 전 세계 50개 와인생산국에서 4600개 와인업체가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독일 프로바인, 이탈리아 빈이탈리와 함께 와인 및 스피리츠(증류주)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국제행사로 손꼽힌다.미국 마이애미와 인도 뭄바이, 싱가포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연간 8회의 주류 관련 B2B(기업 간 거래) 시리즈 박람회를 여는 비넥스포지엄이 가장 신경 쓰는 행사가 와인 파리다. 1981년 ‘빈엑스포 보르도’로 처음 시작한 원조 행사인 데다, 연초에 열리며 한 해 시장 전망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넥스포지엄은 매년 보르도에서 열던 행사 거점을 2020년 파리로 옮겼다.보르도에서 파리로 개최지를 옮기며 행사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
건축은 공간을 빚는 행위다. 이 공간 안에는 개인의 희로애락이 담기기도 하고, 여러 사회적 맥락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기도 한다. 그래서 건축은 지극히 실용적인 기술의 산물인 동시에 회화나 조각처럼 예술의 한 갈래가 된다. 건축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고, 때론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인 이유다.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건축가들의 시선을 직접 경험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진행 중인 ‘2025 건축가사진전 스태틱 무브먼트(Static Movement)’다. 건축가 23명이 직접 사진작가로 변신해 찍은 건축물과 도시 속 풍경 사진 작품이 걸렸다.전시에는 국보인 금동반가사유상이 세워진 국립중앙박물관의 명소 ‘사유의 방’을 설계한 최욱 원오원아키텍스 대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홍익대 교수 등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띈다. 김규린 좋은건축사사무소 대표, 조웅희 홍익대 교수, 곽데로오르 떼오하우스 대표, 한만원 HnSa건축 대표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참여했다.공간을 다루는 건축가가 특정 시간을 짚는 정적인 매체인 카메라에 담아낸 작품들은 상투적이지 않다. 완성된 건축물을 최대한 드러내려는 실무적 목적이 강한 기존 건축 사진과 달리 순수한 조형적 작업의 관점에서 건축가가 생각하는 방식과 감각을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다.전시를 기획한 함혜리 컬처램프 대표는 “건축가들이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사물이나 풍경은 어떤지, 그들의 작품 속에 담긴 감성의 코드를 해석해 보는 게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