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는 24일 예산안조정소위와 ''6인소위''를 가동,당초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1백1조3백억원)에서 8천억원을 순삭감하기 위한 항목별 계수조정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삭감 및 증액 항목에 대한 여야간 견해차로 이날 밤 늦게까지 최종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는 재해대책 예비비 가운데 4천6백억원을 줄이고,보상금 출자금 등으로 편성된 항목 가운데 2천억원을 사회간접자본 예산으로 전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계수조정 진통

여야는 일반예비비와 국채 이자를 대폭 삭감하고 각종 사업예산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총 2조8천억원 수준의 여유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를 통해 발생한 여유재원을 바탕으로 농어가 부채 대책비 6천6백억원,사회간접자본 5천억원,대도시 주거환경 개선사업 2천억원,실업대책 및 중소기업 지원예산 1천5백억원등 총 2조원 안팎을 증액,최종적으로 8천억원을 순삭감키로 합의했다.

이같이 여야가 원칙적인 합의를 봤으나 구체적인 삭감 항목에 대해서는 큰 견해차를 보였다.

한나라당은 전주신공항의 경우 충분한 의견수렴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액 삭감을 요구했고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도 시설물 훼손을 막기 위한 일부 예산만 남기고 나머지는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주신공항의 사업 타당성이 있으며 새만금사업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은 또 예비비에 국가정보원 예산이 끼어들었다며 이의 대폭적인 삭감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야당은 남북협력기금과 제2건국위 예산도 줄일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공공근로사업비,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예산,노사정위원회 지원경비,각종 홍보비 등을 놓고도 여야는 대립했다.

<>예산안 처리 문제점

새해 예산안이 헌정사상 초유의 ''지각 심사''가 되자 야당 의원들 조차도 상설화된 예산결산 특위가 제 기능을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여야는 가까스로 내년도 예산안의 삭감폭을 결정했으나 계수조정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야당이 ''성질별.기능별 예산심의''를 들고 나왔기 때문.

한나라당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10%(약 10조원 수준)를 순삭감한다는 원칙을 천명했고 계수조정 작업을 시작하는 20일께 6조원 삭감을 민주당측에 제시했다.

통상 세부 항목을 놓고 절충을 벌이던 이전 방식과 달리,성질이 비슷한 각 부처의 예산을 모두 모아서 일괄적으로 삭감폭을 결정하자는 주장이었다.

삭감 규모도 오락가락했다.

한나라당은 심의 과정에서 3조원 삭감안을 내놓았다가 다시 1조원을 ''최후통첩''이라며 민주당에 전달했다.

결국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순삭감액이 8천억원으로 결정됐다.

야당 스스로 성질별 삭감이란 원칙을 지키지 못했고 예산과 관련해서는 비전문가인 여야 총무가 삭감폭을 결정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여당의 정치력 부재도 심의 지연의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내부 갈등과 당직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때 증액을 요구했다가 아무런 원칙없이 4천억원 삭감안을 제시하는 등 방향을 잡지 못했다.

예산심의 때마다 지적되는 구태도 여전했다.

예산과 직접 관련이 없고 내용이 엇비슷한 정치공세만 연일 반복됐고 계수조정 소위를 공개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6인소위"라는 또 다른 비공개 협의체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문제도 나왔다.

김남국.김미리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