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제휴 없이는 반도체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미국 반도체업계가 ''독자 기술패권''에서 ''국제적 제휴''를 통한 기술개발쪽으로 생존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와관련,실리콘밸리의 유력지인 새너제이머큐리는 최근 "미 반도체업계가 해외기업들을 경쟁의 대상에서 ''국제 제휴''의 파트너로 재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반도체업계의 최대 특징은 일본의 퇴조.

일본업체들은 90년 세계 반도체업계 톱 10중 6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99년에는 3개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퇴조 이유를 "연구개발(R&D)분야에서 국제협력보다는 독자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멘스의 반도체사업부문이 분사해 탄생한 독일 인피니온은 메모리칩 R&D분야에서 IBM과 제휴,1년 만에 33% 이상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10위에서 8위로 올랐다.

반도체업체의 글로벌 기술제휴가 필수적인 이유는 엄청난 R&D 비용 때문이다.

반도체 핵심기술을 하나 개발하는 데만도 10억달러 이상 소요된다.

이에 따라 R&D분야에서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를 키우는 게 생존의 주요 전략중 하나로 부상했다.

그 최선의 방법이 국제협력이라고 새너제이머큐리지는 지적했다.

R&D 비용 부담을 분산시키고 국제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등 디지털 무선장비의 개발속도와 종류가 나라마다 제각각이라는 점도 반도체업계의 글로벌 제휴를 촉진하는 주요 이유다.

한 나라의 기술개발 패턴과 속도에만 의존할 경우 많은 돈을 들여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해외 조류에는 뒤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미국·독일·네덜란드 합작 차세대 반도체기술개발 프로젝트는 이런 조류를 대변해 준다.

독일 인피니온,네덜란드 ASM리토그래피,미국의 인텔 AMD 모토로라 등 5개 반도체회사들은 극(極)자외선평판인쇄(EUV)라는 새로운 반도체기술을 공동 개발중이다.

이 컨소시엄의 프로그램담당 이사인 찰스 그윈은 "이런 흐름이 미국의 기술패권주의를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국제협력을 통한 반도체 기술개발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며 "다른 나라들도 이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