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고통은 바로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카스타운.

삼성SDI 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안은규 주임의 아들 계웅군(16)을 돕기위해 한마음협의회(노사협의회)가 주최한 일일찻집이 열렸다.

급성임파구성 백혈병에 걸린 계웅군을 치료하느라 6천5백만원을 지출하기 위해 월 40만원짜리 단칸방으로 이사가야할 처지라는 소식을 듣고 임직원들이 너나없이 티켓을 샀다.

이렇게해서 모아진 성금은 모두 1천2백7만원.

사우들의 정성을 건네받은 안 주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4월 14일 오후 울산시 삼남 가천벌 삼성SDI 부산사업장내 회의실.

노사협의회 대표들이 99년도 임금협상을 위해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박대철 사원측 위원장이 회사측에 임금조정을 전면 위임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노사 양측은 IMF 경제위기로 인한 기업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노사신뢰로 극복한후 성과를 함께 나누자고 다짐했다.

1년이 지난후 회사는 동종업계 최고의 임금수준과 복리후생 실시로 보답했다.

회사는 노사협의회를 경영의 파트너이며 최고의 대의기구로 인정했다.

이러한 노사간 상생의 협력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고 수원 천안사업장으로 퍼져 나갔다.

지난 5월에는 3개 사업장에서 일제히 노사 상생의 신문화 창조를 위한 노사대화합을 선언했다.

이 결과 삼성SDI는 신노사문화대상을 받게 됐다.

IMF 경제위기 등의 외부요인으로 인해 노사간 틈새가 벌어진 적은 있었지만 노사 상생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현재까지 무분규 사업장의 기록을 이어갈수 있었던 힘은 회사의 열린 경영에서 비롯됐다.

회사는 창립이후 근로자 중심의 열린 경영으로 노사간 신뢰분위기를 쌓아왔다.

김순택 대표이사는 매달 두차례씩 사업장을 돌며 "도시락.쿠키 간담회"를 열었다.

올해만도 직원의 절반이상인 4천여명이 최고 경영자의 경영철학과 경영실적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경영방침은 사이버공간을 통해 리얼타임으로 부산,천안,수원사업장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직원들은 24시간 어느 때나 자신이 원하는 근무지역이나 부서는 물론 직무나 이동희망시기,희망사유까지 상세하게 입력할 수 있는 "사이버 인사"시스템은 노사 상생의 새로운 터가 되었다.

직원들은 온라인상으로 인사고과에 대한 이의신청까지 할 수 있다.

물론 비밀은 1백% 보장된다.

사원들이 생산성 향상으로 창출한 이익은 연봉과 스톡옵션(개인),최고 3백%의 생산성 격려금과 최고 1억원의 성과배분(팀)등으로 되돌아갔다.

기존의 제도와 불합리한 관행 파괴를 위한 노사 공동의 제도파괴팀도 운영했다.

회사측의 이같은 노력에 사원들은 생산성 향상으로 보답했다.

지난 96년부터 품질향상을 위한 6시그마 혁신운동에 참여해 불과 4년여만에 2천여억원의 원가를 절감했다.

사원 각자의 기술혁신 능력도 높아지면서 전 사원이 회사측이 자체 평가해 수여하는 품질개선 기초 자격증인 화이트벨트를 취득했다.

사업장내 1~3개 정도의 핵심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전체 인력의 20%인 1천6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사원들은 해외 우수생산라인의 벤치마킹과 품질 청문회,일등 품질 달성 캠페인,불량률 없애기등의 품질향상 활동에 참여해 불과 6개월여만에 제조생산성을 13%나 향상하는 기록을 낳기도 했다.

노사 모두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전사적 프로그램으로 부산은 "Challenge500-500"을, 수원은 "Welcome21",천안은 "ACT-365"을 지속 전개하고 있다.

각 사업장별 기본지키기 활동도 활발하다.

수원은 BTB(Back To the Basic)활동을,부산은 올바른 생활실천 활동을,천안은 지지캠(지킬 것은 지킨다)활동에 나서 품질수준 제고및 생산성 향상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으로 올들어 다른 회사가 유가.

환율상승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에도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성과금을 나눠주는 등 "일할맛 나는 회사"로 가꿔나가고 있다.

삼성SDI는 차세대 핵심기술인 LCD,PDP,2차 전지 등의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21세기 비전인 "디지털 세상의 진정한 리더"가 되기위한 결정이다.

최승욱 하인식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