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가진 송년간담회에서 "지난 한 해는 기쁨과 어려움의 양면이 너무도 선명히 부각된 그런 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지금 우리의 형편이 어려운 지경에 도달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미국경기의 침체, 정치적 불안, 그리고 여러가지 심리적 요인 등이 있지만 정부가 대책을 잘 세웠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내년 1월초 국정개혁 구상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인적교체 이외의 국정쇄신 방안이 들어 있는가.

"수석비서관들과 상의중이다.

기자회견을 할 것인지, 국민과의 대화를 할 것인지 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

국정쇄신에 대해서는 명년에 밝히겠다"

―민심이반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주가가 폭락하고 많은 실업자가 나오고 장사는 안되고.

이런 등등이 민심을 나쁘게 한 원인이다.

여든 야든 정치권도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갖지 못한 것이 국민의 비판을 받는 원인이다"

―여야 영수회담과 DJP 회동 일정은.

정계개편설에 대한 견해도 밝혀 달라.

"정계개편은 아는바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는 내년초에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좋은 얘기도 많이 듣겠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계기로 개각과 관련한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지금은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개각은 필요할 때 하겠다.

지금은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상당기간 개각기사를 자제해 주길 당부한다"

―올 연말이 시한인 기업및 금융 구조조정에 대해 비판 여론이 있는데.

"개혁의 방향이 올바른 것은 사실이나 속도 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가 좋고 해서 여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후 급격히 상황이 나빠졌다.

지금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면 내년 중반기부터 나아진다고 한다.

국내외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귀를 기울이겠다"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투자한 만큼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

R&D에 대해서도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

부품소재 투자와 생명공학 산업에 대해서도 세제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줄 것이다.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등 중소건설업의 활성화도 추진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을 되살려야 한다"

―당초 이달초로 예정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이 연기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연기될 가능성은 없는가.

"지금은 단언할 수 없다.

평양에서 6.15 선언을 발표할때 내년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는데 합의했다.

남북한이 협의해 김 위원장이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 서울에 오도록 하겠다"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비롯 동교동계가 2선으로 후퇴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가까운 시일내 권 전 최고위원과 만나서 좋은 얘기를 듣고 격려도 할 것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