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그림과 술로 살았다.

그림은 나의 일이고 술은 휴식이니까.

내 몸과 마음은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데 다 써버릴 작정이다.

남는 시간은 술을 마시고"

미술계의 기인으로 통했던 장욱진(1918∼1990) 화백.

그는 숱한 에피소드를 뿌리면서도 그림그리기에 온 몸을 바친 작가였다.

1990년 12월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향토적 작품세계는 많은 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 화백의 10주기 회고전 ''해와 달·나무와 장욱진''이 내년 1월5일부터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덕소이전시대(초기~1963) 덕소시대(1963~1975) 명륜동시대(1975~1980) 수안보·신갈시대(1980~1990) 등 시대별로 엄선한 70여점의 유화 대표작만 모은 전시회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20여점 선보인다.

이순경(80) 여사와 오순도순 함께 살았던 수안보집을 정겹게 그린 ''수안보 집''(1980년)과 작고 직전 그린 ''까치와 집''(1990년) 등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서울대 미대 정영목 교수가 편집한 유화전작 도록과 1992년 미국 뉴욕에서 출간된 ''황금방주;장욱진의 그림과 사상''의 한국어 보급판도 출간됐다.

그의 삶과 예술,한국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을 조명해보는 ''장욱진과 한국현대미술''(1월6일·정영목 서울대교수) ''장욱진의 삶과 예술''(1월12일·김형국 서울대교수) 등의 강연도 열린다.

◆작품세계=그의 작품에는 해 달 집 나무 어린아이 까치 등 농촌풍경이 일관되게 등장한다.

아이들이 그리는 동심의 세계와 가깝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이를 ''심플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장 화백은 80년대 들어 방법상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 같다.

한국화와의 접목이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80년대 이후 그의 유화는 단순히 유채라는 안료를 매개로 했을 뿐이지 그것을 구사한 방법은 수묵화였다"고 주장한다.

◆작지만 큰 그림=그의 그림은 대부분 소품이다.

국내에 1백호가 넘는 대작들이 나오기 시작하던 80년대에도 장 화백은 소품만을 고집했다.

갤러리현대의 박명자 대표는 "그의 작품들은 3∼4호가 주류를 이룬다"며 "가장 큰 게 고작 10호 정도"라고 말한다.

제자였던 윤명로 서울대 미대교수에 따르면 "작은 게 아름답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고 한다.

윤씨는 "화폭이 커지면 그림이 싱거워지고 밀도가 떨어진다며 소품을 고집했다"며 "하지만 손바닥만한 작품 하나를 끝내는데도 어떤 때는 한달 이상 걸렸다"고 술회했다.

내년 2월15일까지.

(02)734―6111∼3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