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패션타운인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올해 특징은 ''가죽''이다.

거리에는 모자에서 구두까지 가죽패션으로 무장한 사람들 천지다.

상점에도 가죽제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미국내 가죽의류 판매액은 30억달러가 넘는다.

작년까지는 연간판매액이 25억달러만 넘어도 ''평년작 이상''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돌풍''이란 말까지 나온다.

''섹시함''의 상징인 인기 브랜드의 가죽바지를 사지 못한 청소년들이 일부 상점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TV방송에 보도될 정도다.

가죽옷 돌풍의 배경은 크게 떨어진 가격.가죽옷은 10년전만 해도 고급 부티크에서만 살 수 있던 비싼 상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올드네이비에서는 A라인형의 가죽스커트를 개당 39.99달러에 판다.

K마트에서는 가죽재킷이 59.99달러,대형할인점인 타겟에서는 1백9.99달러면 웬만한 가죽코트를 살 수 있다.

다른 상품들보다도 오히려 싼 가격이다.

가죽옷값이 급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가죽가공기술의 발전이다.

미국 최대 가죽 소매업체인 윌슨스의 조엘 윌러 사장은 "그동안 신발원료로나 쓸 수 있었던 저급 가죽이 이젠 고급 의류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가죽 변형기술이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돼지가죽으로 만든 값비싼 비단뱀코트가 수두룩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미국 의류시장에서 소비되는 가죽의 95%는 수입제품이고 그중 3분의 2는 중국에서 들여온다는 게 미 상무부의 통계다.

중국수출업자들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가죽의 절반은 돼지가죽이다.

결국 미국사람들이 입는 가죽옷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 돼지가죽으로 만든 옷들인 셈이다.

미국 FTC(연방무역위원회)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동물가죽을 사용해도 ''천연가죽(genuine leather)''이란 상표를 쓸 수 있다. 때문에 중국 돼지가죽에 ''천연가죽''이란 딱지를 붙여도 아무런 하자가 없다.

가죽옷 반대시위자들은 이제 중국의 시골 돼지농장으로 가야할 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