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진료비 등이 큰 폭으로 오른데 이어 내년부터는 약국에서 사는 일반의약품 값도 20∼30% 정도 오르게 됐다.

일반의약품의 ''낱알판매''가 금지돼 제약회사들이 약품을 소포장으로 새로 바꾸면서 약값을 크게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는 약국에서 환자에게 직접 파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포장을 뜯어 낱알로 팔지 못하게 했다.

제약회사에서 포장해 내놓는 대로 ''통째''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환자들이 같은 약을 수십알씩 사게 되는 점을 감안,보건복지부는 10알 이상으로 포장하도록 제약회사에 권고했다.

멀미약이나 구충제 자양강장제 간장약 등 일부 의약품에 대해서는 10정 이하의 포장도 허용키로 했다.

이같이 판매방식이 바뀌게 되자 제약회사들은 이미 판매한 약품을 수거,소포장으로 바꾸어 새로 출시하고 있다.

10알짜리 소화제와 20알짜리 해열제는 물론 1알만 들어있는 간장약까지 나오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같이 포장을 바꾸면서 값을 크게 올리고 있다.

삼진제약은 게보린의 약국출하가를 한알에 90원에서 1백20원으로 올렸고 종근당은 펜잘을 70원에서 1백10원으로 인상했다.

대웅제약은 내년부터 우루사(50㎎)의 출하가를 20% 가량 올릴 계획이다.

다른 일반의약품도 몇알 또는 몇십알 단위로 모두 새로 포장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20% 이상 약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포장단위를 바꾸는 과정에서 포장비가 추가로 들어갈 뿐 아니라 기존에 출하된 약을 사실상 모두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약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한 경우 싼 약은 포장비가 약값보다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약국들의 반품사태로 판매계획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약품 판매가 줄어 약국에 재고가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낱알판매가 금지돼 약국들이 재고 의약품을 무더기로 반품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대형약국은 2천만∼3천만원 어치,소형약국은 4백만∼8백만원 어치의 약품을 반품시켜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서울 종로 백수약국의 채석병 약사는 "의약분업이후 환자들이 일반의약품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구입하지 않는 데다 처방전 처리에 바빠 일반약을 제대로 팔지 못했다"며 "반품할 일반약들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약사회와 제약사로부터 아무런 지침도 받지 못했다''며 ''뜯어놓은 약을 계속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제약협회는 낱알판매 금지조치를 3개월 이상 유예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의료계가 반발,복지부는 내년부터 강행키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협회는 의사들의 휴.폐업투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포장을 변경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최소한 1천억원 어치 이상이 폐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시민들은 "약효가 좋아지거나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포장단위 변경을 이유로 약값을 더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의료비 인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복지행정을 비난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