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불안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환율불안이 지속될 경우 수출입결제가 혼선을 빚을 수 있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면 은행노조 파업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금융시장을 또다시 뒤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지난 한달새 환율상승폭이 1백원에 가까울 정도로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오른데다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워낙 강해 이같은 예상이 또다시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제 장중 한때 달러당 1천2백75원까지 치솟았던 원화환율은 폭등에 따른 반락세 영향으로 어제는 달러당 1천2백48원으로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상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처럼 원화환율이 급등세를 타는 까닭은 연말에 기업들의 결제수요가 몰린데다 은행파업으로 인한 불안심리와 환율상승을 기대한 투기수요까지 가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주요통화의 환율이 모두 급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한두달사이에 엔화가 달러당 1백15엔대에 육박할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유로화는 유로당 0.94달러로 급등세를 보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주요통화의 환율변동은 각국의 경제사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최근 원화환율 급등도 그동안의 상대적인 고평가를 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2·4분기 경제성장률이 0.9%를 기록했고 9월중 실업률이 9.0%로 떨어지는등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경기의 하강세가 두드러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유럽으로 되돌아오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11월중 실업률이 9개월만에 최고치인 4.8%를 기록하고 소비지출 감소가 지속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갈수록 짙어지는 추세다. 특히 미국경제가 침체될 경우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당분간 통화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당국의 환율안정 노력은 원화환율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도록 조절하는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은행노조 파업도 수습되고 있고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으면 조만간 원화환율도 안정될 것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의 영향이 어떨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가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원화환율 안정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