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1월4일) 청와대에서 열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간 여야 영수회담은 과거와 달리 한차원 높은 여야관계 설정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부동반 만찬 형식으로 영수회담을 개최키로 한 것은 그간의 앙금을 털고 상호신뢰 속에서 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지난 98년과 99년 각각 1회씩, 올해 4회 등 모두 6번의 영수회담을 가졌으나 부부동반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 모두 ''경제문제''에 의제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경제문제를 비롯한 국정현안과 정치발전을 위한 여야 협력방안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도 "국민화합과 국정쇄신, 경제를 다시 살리는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는 정부가 경제회생에 진력하면 야당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영수가 경제난과 민생고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경제난 극복을 위한 해법 모색에 회담의 상당시간을 할애할 것이란 얘기다.

이번 여야 영수회담의 시점이 국정쇄신을 단행하기 직전에 이뤄진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가 당리당략이 아닌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시국현안의 해법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영수회담에서 국정전반에 관해 야당측의 견해와 입장을 수렴하고 허심탄회하게 국사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도 "국민들이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체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정쇄신을 바라고 있는 만큼 국민을 바라보는 진정한 국정쇄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영수간에 의견접근이 쉽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

이 총재는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이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 점을 지적하며 정부 정책의 투명성 확보, 밀어붙이기식 금융 구조조정에서 벗어난 분명한 원칙제시, 현 경제팀 경질을 협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초당적 국정운영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론이 국민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회담을 준비중인 여야 실무진들은 "이번 영수회담의 분위기가 예상외로 좋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하기 어려운게 그 첫번째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영근.정태웅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