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부문의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국내 업계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e-마켓플레이스"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 삼성 대우 한진 삼호 등 조선 5개사는 지난 28일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e-마켓 구축문제를 둘러싼 현안들을 논의했으나 각 사의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5개사 사장단은 이날 <>거래범위 <>최고경영자 선임 등의 현안에 대해 팽팽한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5개사가 양해각서를 교환한 뒤 연내 출범시키기로 했던 e마켓 플레이스 구축사업은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모회사 관계자는 "이 문제로 사장단 회의를 다시 열 계획도 없기 때문에 상당 기간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메이저 회사인 현대와 삼성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는 오영교 산업자원부 차관까지 참석,적극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부품 자재 공동구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조선 e-마켓은 지난 8월 산자부가 선정한 B2B 전자상거래 시범사업 대상 9개업종 가운데 조기 실현 가능성이 높아 업종별 B2B 확산의 대표적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합작법인 대표이사(CEO) 선임 문제를 둘러싸고 참여업체인 현대 삼성 대우 등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현대와 삼성은 3명의 후보를 추천했지만 어느 한쪽의 독주를 우려한 상대편의 "비토"에 성사되지 못했다.

CEO 선임 문제가 표류하면서 초기 자본금 납입과 솔루션업체 선정 작업도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거래 범위를 놓고 현대가 소모성 간접자재만을 대상으로 하자는 입장인 반면 삼성 대우 등은 모든 품목을 다루자는 태도여서 현격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상당수 기업들이 내심 e-마켓을 탐탁치않게 생각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모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저런 명분으로 떠미니까 마지못해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기업별로 독자적인 전자상거래망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일훈 기자 ji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