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인 나쓰메 소세끼(1867~1916).1915년 발표된 장편 "한눈팔기"(문학과 의식)는 그의 불우한 유년시절을 소재로 한 자전 소설이다.

작가는 그해 연하장에 "올해 죽을지 모른다"고 썼는데 과연 1년여후 위궤양으로 세상을 뜬다.

장편 "한눈팔기"는 죽음을 직감한 작가의 불안과 고뇌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겐조는 시마다의 양자다.

양부모는 겐조를 알뜰히 보살피지만 애정에서 우러난 행동이라기 보다 뒷날을 염두에 둔 계산에 가깝다.

그러던중 양부에게 정부가 생긴다.

양부모는 이혼한뒤 각자 재혼을 한다.

오갈데 없어진 겐조는 생가로 돌아온다.

생부는 그간의 양육비를 치르고 호적을 되찾아온다.

"한눈팔기"는 40세의 겐조가 고향에 돌아와 우연히 양부를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늙은 양부는 겐조에게 생활비를 달라고 추근거린다.

겐조도 돈이 없다.

가난한 인텔리인 그는 무식하고 신경질적인 아내와 힘들게 살고 있다.

돌봐야할 누이,형,장인도 있다.

그런데 어디서 양모까지 나타나 "나를 모른척 할수 있냐"며 금품을 요구한다.

겐조는 밤새 글을 써 양부에게 줄 돈 1백엔을 마련한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무엇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장편 "한눈팔기"는 "측천거사"를 교훈으로 내세운다.

하늘을 헤아려 사사로움을 버린다는 뜻이다.

작가는 이세상에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다만 겉모습이 바뀔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나쓰메 소세끼는 갓난아기때 고물상에 양자로 맡겨졌다가 내버려져 죽을 뻔했다.

생부는 아기를 다시 다른 집에 맡겼으나 양부모의 파경으로 8세때 생가로 되돌려진다.

친아버지는 군식구에 불과한 막내를 짐짝 취급했다고 나쓰메 소세끼는 적고 있다.

이후 나쓰메 소세끼는 잡초같은 생명력으로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한뒤 국비장학생이 되어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다.

39세때 첫 소설 "나는 고양이다"로 문명을 얻은 나쓰메 소세끼는 목요회를 조직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등을 가르쳤다.

49세를 일기로 그가 타계했을때 러일전쟁의 영웅 오야미 장군과 같은 날 장례가 치러졌다.

일본인들은 장군보다 작가의 장례식에 몰려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오늘날 나쓰메 소세끼는 1천엔짜리 지폐에 그 얼굴이 새겨져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