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에는 여러가지 병에 걸리기 쉽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일종의 보호막처럼 지니고 있는데 생활을 함께 하기 시작하면 이들이 뒤섞인다.

이때 이종(異種) 단백질인 바이러스는 상대에게 위협적인 병균이 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진화 의학의 창시자인 랜돌프 네스와 동물학자 조지 윌리엄스가 함께 쓴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사이언스북스)는 질병의 원인을 다윈의 자연선택설 관점에서 설명한 책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정교한 ''작품''이라면 왜 작은 결함에도 무너질 만큼 허술하게 만들어졌느냐는 질문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여러가지 요인을 ''절충''한 존재다.

따라서 질병은 부속품 교체로 해결될 수 있는 기계적인 현상이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저자는 질병에 각개격파로 대처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기침은 상기도감염증(감기)을 유발할 수 있는 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행위다.

그것도 뇌의 무의식적인 명령에 따라 가슴과 횡경막,호흡관이 동시에 움직이는 ''합동작전''이다.

기침은 정당한 방어 작용이므로 약으로 잠재우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혼 초의 각종 염증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진다.

고통을 느끼고 불쾌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의 일부므로 지나치게 일부러 없애려 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약물남용을 경고하는 이 책은 영국에서 출판 당시 의사들이 한번씩 읽어야 할 책으로 꼽혔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