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외국기업인들은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할까.

또 한국 비즈니스에서 겪는 애로사항은 무엇이고 한국 정부와 기업에 바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은 국내에서 활동중인 외국상공인 대표를 한 자리에 초청,"2001년 한국경제 전망과 외국인투자 환경"을 주제로 신년대담을 가졌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신년대담에는 주한외국상공회의소협의회(KIBC) 회원인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의 회장과 자크 베이사드 주한 EU상의 회장,모리시마 히데카즈 서울재팬클럽 부이사장 등 모두 4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한국이 97년말과 환란을 겪을 가능성은 적지만 구조조정을 잘 마무리해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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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회장=우선 올해 세계경제전망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모리시마 히데카즈 부이사장=학자라기보다는 기업인 입장에서 말씀드리지요.

세계 3대 시장은 미국,유럽 그리고 아시아입니다.

이중 세계경제의 가장 핵심은 미국이지요.

미국경제의 미래전망에 관해 언론에서 서로 상충되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1991년 이래 이어온 장기호황이 끝나고 경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반면 일부에선 오늘날 미국경제는 신경제이자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새 시스템에서 창출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경제이론으로는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본인이 미국경제에 대해 예상하기로는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개방시장 체제가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점입니다.

그린스펀 의장과 그의 참모진은 가까운 장래에 긴축재정정책을 완화할 것을 적극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와 소비생활을 증진시켜 결과적으로 주식시장과 경제지표들의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경제가 양호하다면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도 또한 좋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박 회장=아시아에선 지난 97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재연되지 않을까요.

<>모리시마 부이사장=한국이 97년과 98년에 경험한 것과 유사한 위기는 없을 것입니다.

3년전의 위기는 통화위기였으며 국가 채무불이행으로까지 몰고갈 뻔했지요.

외환보유고가 제로에 가까웠으며,IMF(국제통화기금) 원조와 같은 외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외채를 상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9백5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수출 또한 늘어나고 있어요.

대다수의 생각대로 한국에서 일본과 같은 장기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원화 평가절하와 내수감소로 인해 한국 제조업체들은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요.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뒷바침된다면 장기 침체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제프리 존스 회장=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이며 최근의 일시적인 경제불황으로 낙담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현재 한국이 누리는 경제,사회,정치외교적 위치를 쉽게 유지 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세계적 환경은 한국이 계속해서 더욱 빠르고 열심히 달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요.

한국이 직면한 있는 선택은 G-7 선진국 국가와 동등한 위치로 한 단계 도약하든지 아니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위치로 남느냐인 것입니다.

<>박 회장=너무 낙관적인 전망을 하지 말라는 뜻인가요.

<>자크 베이사드 회장=지난해의 거시적인 지표로 보면 한국의 전체적인 상황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개별 기업을 살펴보면 일부 기업은 상황이 나쁩니다.

어떻게 보면 일부 기업이 악화된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죠.한국은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나쁜 기업들이 시장경제방식이 아니었던 과거보다 많이 눈에 띈다는 점이지요.

<>박 회장=옵서버인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한국의 구조조정의 속도가 느리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요.

<>베이사드 회장=그렇습니다.

바로 그 점을 우려합니다.

이미 퇴출됐어야할 부실기업들이 아직도 시장에 버티고 있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 양산,공적자금 소요,악성부채발생 등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건전한 금융시스템이 정립되고 주주이익이 창출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큽니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금융분야,특히 은행의 건전성이 나아질 수 없습니다.

한국은 97년말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지요.

그러나 찬사에 도취돼 모든 것을 끝마쳤다는 지나친 자부심 속에 기업 구조조정을 소홀히 여겼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은 개혁을 끝내고 한국이 효율적이고 수익성을 내는 시장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필수적입니다.


<>박 회장=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투자환경이 좋은 국가를 따라 이동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철폐와 노동관행의 국제규범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정부규제가 많다는 것이지요.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인들도 똑같이 생각하나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공기업과 은행권의 파업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의 노동계가 여전히 투쟁일변도라고 생각하며 노사불안으로 인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들 들었는데요.

<>제프리 존스 회장=한국이 한 단계 높은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선 변화해야 합니다.

우선 법에 의해 비즈니스 활동이 이루어지는 국가가 돼야 합니다.

금융부문에서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활동을 지배하는 법과 제도에 상응하지 않는 전통적인 관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지요.

작년의 여러 금융스캔들이 좋은 예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종 한국의 법은 기업들이 지키기에 너무 이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유로운 기업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자유로운 기업환경이란 모든 기업이 정부의 어떤 호의나 특혜없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업이 자체의 능력으로 성공하고 실패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나쁜 경영관습에 의해 실패한다면 정부의 간섭없이 실패하도록 내버려둬야 하지요.

이것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관한 문제입니다.


<>박 회장=올해 한국 기업들은 보수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데요.

<>제프리 존스 회장=무엇보다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투명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투자자들은 건전한 장기투자를 막는 루머나 내부정보를 믿고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더욱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는다면 생존을 위해 계속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원활하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한국밖의 투명한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지요.

기업들이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시장을 개척하는 데 쓸 돈을 은행 이자 갚는 데 쏟아붇으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미국에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SEC(미국증권위원회) 규정을 어겨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자크 베이사드 회장=한국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5가지 방침을 조언하자면 우선 기업의 취약성이 들어나면 공적자금의 투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또 기업의 강점을 보강하고 채권자,노동자들에게 기업의 목표를 공유시켜야 합니다.

목표를 끝까지 지키고 경영방식을 변화시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박 회장=한국의 기초경쟁력을 높일 아이디어는 없을까요.

<>제프리 존스 회장=한국의 교육시스템과 환경을 개혁해야 합니다.

학생이 암기하고 계산하기 보다는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의 경제는 창조성과 신기술,신사고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존하지요.

외국기업의 기술이나 노하우에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갔습니다.

스스로 신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에게 강의하기 보다는 질문을 던져 학생에게 새로운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교수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한국 국민은 영리하고 능력있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일단 배우기만 하면 한국 근로자는 업무수행을 잘 하지만 창조적인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얘기죠.

학생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박 회장=올해 남북경제협력 전망은.

<>자크 베이사드 회장=유럽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통합을 경험했습니다.

독일의 경우도 분단됐다가 통일됐습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3년전 개인적으로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은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면에서 정말 큰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본인은 조심스런 입장입니다.

갈 길은 험하고 멀다고 봅니다.

북한에 투자하고 경협을 발전시키는 전망에 대해 너무 흥분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우리의 경험으로서는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은 동독보다 더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은 좀 더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앞으로 수년동안 한국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들은 투자보다 더 많은 북한 개발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박 회장=한.일간 자유무역협정(FTA)논의가 일고 있는데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모리시마 부이사장=양국간 교역이 늘어날 것입니다.

한국에게는 상품 및 서비스를 팔 시장이 확대되는 셈이지요.

일본에도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 두 나라 모두에게 구시대적 경제체제로부터 글로벌 시장에 맞게끔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봅니다.

두 나라는 확실한 공조체제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 지역을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시킬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가정신과 일본의 경제력이 합친다면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공조체제를 굳건히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박 회장=네덜란드의 필립스가 LG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듯이 유럽 기업의 한국투자가 늘고 있는데요.

<>자크 베이사드 회장=그동안 한국과 EU(유럽연합)는 서로 폐쇄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2~3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한국의 여러 정부기관과 토의하면 상당한 관계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정리=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