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생태학자 데스몬드 모리스 박사는 동물의 평균수명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 놓았다.

학 9백3년,거북 2백17년,사슴 1백51년...

인간의 평균수명을 70년으로 잡고 한 세대를 30년으로 친다면,학은 우리의 13배,자그마치 30세대를 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까 인간이란 정말 풀잎의 이슬방울이 아닐까?

그럼 잠깐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일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게 과연 무엇일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므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세계가 한정되어 있다.

책은 간접체험을 통해 우리의 지식을 넓히고 시간을 초월하여 선현들과 만나 삶의 지혜를 얻고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을 키우게 한다.

그러기에 선인들도 돈이 가득한 금고보다 책이 가득한 서재를 가지라고 권했다.

사실 독서처럼 돈 안드는 오락도 없고,독서처럼 오래가는 기쁨도 없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직접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도 많은 지혜를 얻을 수가 있지만,책읽기를 게을리하는 사람은 실패를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잘못을 통감하게 된다.

넓은 독서는 인생을 정면에서 정확하게 보게 만든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자신의 초상화를 언제나 옆 모습으로만 그리게 했다고 한다.

눈이 성한 쪽만 그려서 자신의 애꾸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만약 화가가 그 반대 쪽에 서서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그는 장님으로 그려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한니발의 참 모습을 알려면 정면에서 그린 초상화를 봐야 한다.

이와 같이 인생을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정면에서 똑바로 마주 봐야 한다.

이는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 권의 책이 한 인간의 생애를 바꿀 수도 있다.

인간의 성격 형성에 책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없다.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책을 읽으면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양서를 읽어야 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황제 암살 기도에 연루되어 교도소로 끌려 가던 중 어떤 부인으로부터 꾸러미 한 개를 받았는데,그는 교도소 안에서 그 속에 든 책을 읽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되었다는 편지를 그의 형에게 보냈다.

그 책이 바로 성서였다.

정말,좋은 책은 그대의 인생관을 바꿀 수도 있다.

양서를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그러기에 좋은 책을 읽고나면 인생을 두 배나 더 산 것과 같다고들 말한다.

인간의 정신에서 만들어낸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곧 책이라고 했다.

남의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면 도둑이 되지만,남의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면 위대한 선각자가 되는 법이다.

책은 남는 시간에 읽는 게 아니다.

책 읽는 시간 말고 더 시간을 아껴야 할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책을 안 읽는 책맹은 글을 모르는 문맹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다.

문맹은 자신의 무지를 자인하지만 책맹은 자신이 무지한 줄을 모른다.

"율리시즈(UIysses)"를 쓴 제임스 조이스는 24시간 만에 무려 9백20매의 소설 원고를 썼다지 않던가?

단 하루만에 말이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쓰기나름 아닐까?

책 읽는 즐거움 말고 세상에 또 무슨 즐거움이 있단 말인가?

옛 선비들도 좋은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솟고 글의 구절 마다에도 향기가 스며 있다고 했다.

좋은 책에서 좋은 향기가 나듯이,좋은 책을 읽은 사람에게서도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임백호같은 이는 논어를 1천번 읽었다 하고,노소재같은 선비는 무려 2천번을 읽었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은 자기의 그릇 이상의 것을 담지 못하는 법이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자기의 지혜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참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는 독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단돈 3천원짜리 동시집 한 권은 사주지 않으면서도 그 비싼 야구 글러브는 잘도 사준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은 그 어려운 스포츠 외래용어는 잘도 외우면서 막상 동시 한 편은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게 아닐는지...

서구의 아동교육에는 아직도 고전 시 암송이 반드시 포함된다.

시를 암송하면 리듬과 암기능력이 다른 내용에도 전이된다는 능력심리학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보다 우리 아이들은 좀 더 고상하고 품위있는 세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구글러브를 사다줄 때 동시집 한 권도 함께 사다주자.

아버지의 술값에서 그리고 어머니의 옷값에서 조금씩만 더 아껴 우리 아이들의 책값을 늘려주자.

기업가도 시와 스포츠를 함께 즐기면서 체육관을 지을때 도서관도 지어주자.

책을 읽히고 책을 읽자.

여성독자 여러분은 연인이나 남편의 책 읽는 시간과 술 마시는 시간을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또 주량과 독서량은 어느 쪽이 더 많은지,여러분은 자기의 독립된 책상과 책장을 가지고 있는지,그 고가의 장롱과 최신 전자제품에 비해 여러분의 책꽂이는 과연 어떤지,어머니가 처녀때 밑줄 쳐 가면서 즐겨 읽던 손때 묻은 책을 여러분의 귀여운 자녀가 몇 권이나 읽고 있는지.

세계에서 가장 극성맞은 "교육 아버지"로 잘 알려진 유태인 부모들은 자녀들 앞에서 친히 독서하는 본을 보인다고 한다.

아인슈타인만 해도 15세때 이미 뉴튼.스피노자.데카르트를 독파할 만큼 왕성한 독서욕을 보였다고 하지 않던가.

키신저도 그의 회고록을 읽어보면 어렸을 때부터 자기 아버지가 "하루에 네끼를 먹어라"라고 입버릇처럼 일러주었다고 한다.

곧 밥 세끼와 책 한끼를 말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기에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이 메마르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이렇게도 점점 황폐화되어 가고,복잡한 사회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도 결국 하루 밥 세 끼만 먹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책으로 부해지고 돈있는 사람은 책으로 귀해진다.

스스로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란다.

만약 나같이 세상사에 어둡고 오직 책 밖에 모르는 답답한 서생에게 글 읽는 재미마저 없다면 도대체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까 걱정된다.

새벽에 눈 떠서 저녁에 눈 감을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오직 책만 읽으면서 한 평생을 살아왔다.

이런 별난 성격 덕분에 동서고금의 책을 참으로 많이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분량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만큼 읽었으니 이젠 여한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소나마 참고가 될까해서 하는 말인데,내 경우를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의 원서를 아마 제일 먼저 입수해서 가장 빨리 읽는다는 것일 것 같다.

동양의 각종 한서를 비롯해서 영어.독일어.라틴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책을 찾아 읽었다.

독서범위도 상당히 광범위한 셈이다.

즉,각국의 문학을 위시하여 철학.미학.언어학.윤리학.논리학.종교학.교육학.심리학.음악사.미술사 등 약 26개 분야의 책을 읽는 게 보통이다.

지혜를 원하는가?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라.

일반 독자들을 위하여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려고 한다.

첫째,책 선택을 잘 할 것.

읽은 사람에게 꼭 물어보라.

둘째,가장 관심있는 분야부터 읽되 편식은 하지 말 것.

문학도도 과학서적을 읽어야 하고 과학도도 문학서적을 읽어야 한다.

셋째,한번에 두세권을 같이 읽는 습관을 길러보라.

소설책이 아닌 경우라면 한꺼번에 한권만 계속 읽지 말고 이것저것 바꿔 읽으면 더 능률적이다.

넷째,꼭 메모해 두고 싶은 대목이 있으면 기록해 두라.독서량이 많을수록 읽은 것을 다 기억할 수가 없다.

그리고 새해에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다섯 권을 적는다.

"성서"와 루소의 "참회록",세네카의 "행복론",마이클의 "미래사회",다니엘 벨의 "이데올로기의 종언".

당신의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그대의 육아일기를 선물로 주라.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에는 사춘기 때 그대가 쓴 사랑의 일기장을 선물로 주라.

그 아이가 더 자라 세상살이로 뒤척이는 밤이면 그대의 신앙의 참회록을 선물로 주라.

글을 맺기 전에 19세기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다음 시를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읽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그것은 지혜의 샘이기 때문이다.
/웃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그것은 영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라./그것은 우리의 삶이 너무 짧기 때문이니라"

민재기 건국대 대우교수(http://www.minjaeki.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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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34년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영문과 석.박사.
이화여대 고려대 건국대 영문과 교수 역임.
저서 "신영어학개론""청년이여,세상을 클릭하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