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의 시작이었던 지난 한해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 모두가 협력하면 빈곤층을 포함한 전 인류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빈곤타파에 가장 큰 걸림돌은 가난한 나라들의 부채다.

세계은행은 이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빈국들의 부채탕감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밀레니엄의 활기로 인해 지난 한햇동안에는 특히 빈곤국들의 복지향상에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우선 22개 빈국중 20개국의 부채가 경감됐으며 이같은 작업은 계속 활력을 더해가고 있다.

현재 22개국의 부채탕감액수는 3백40억달러에 달한다.

다른 루트의 부채완화 조치들이 공동으로 취해지면 이들 빈국은 전체 채무의 3분의 2가 넘는 액수를 면제받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부채탕감과 신규 자본유입으로 이들 국가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 투자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수백만명의 아동들이 읽고 쓰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으며 보건의료시설과 변두리 지역의 도로들도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이렇듯 성과가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남은 과제들도 많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발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과연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태어나는 무수한 아이들이 다섯살 생일을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출산 도중에 사망하는 산모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인가.

이 모든 문제들이 빈국들의 부채탕감과 연결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빚을 없애주는 방식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

빈곤에는 여러가지 뿌리 깊은 요인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 전체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 협력할 때만 뭔가 ''차이''를 빚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협력이 필요할까.

우선 가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채탕감은 중요하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전제하에서 이러한 원조는 빈곤을 조금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따름이다.

어떤 정책이 빈곤감소에 최적인가에 대한 얘기는 여기저기에서 활발하게 나온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목을 죄고 있는 다른 요인들,즉 골이 깊게 팬 재정적자와 치솟는 인플레이션율이나 상류층에만 돌아가는 경제적 혜택 등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우간다와 모잠비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 뿐만 아니라 절대빈곤과 교육여건 등 여러 방면에서 향상된 모습이 보인다.

이같은 발전은 단지 부채탕감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정부와 국민이 합심해 부단히 애를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부채탕감은 확실히 이러한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건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교육 보건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의 개발 원조를 대신할 수는 없다.

무역에 관해서도 진지해져야할 때다.

선진국 시장에서 개발도상국이 맞닥뜨린 수출장벽은 빈국들의 불이익과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빈국들에 해외시장 진출 기회는 터주지 않은 채 부채탕감만 해주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빈국들은 보건과 교육 에너지·환경 등 여러 부문에서 기본적인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21세기를 맞는 인류의 중대한 사명중 하나가 이러한 희망을 지켜나가는 것이라 본다.

모두가 다같이 잘사는 세상을 위해서 새롭게 우리 자신을 재무장하자.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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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가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