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없이 버티자"

미국기업들이 해고없는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골몰하고 있다.

비용절감 노력으로 올 중반까지만 버티면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몇달을 참지 못하고 인력에 칼을 댈 경우 다시 경기가 좋아졌을 때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감원 열풍에서 얻은 교훈도 미국기업들의 ''감원기피''에 한몫 하고 있다.

감원은 직원들의 사기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저하시키게 마련이다.

특히 장기근속자들을 자를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노하우''가 사라져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의 유력지 USA투데이는 이와 관련,미 기업들의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휴렛팩커드는 3개월간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경영진의 보너스 지급도 중단했다.

미국 6위의 은행인 퍼스트유니언은 1등석 항공출장에 대한 금지령을 내렸다.

잘 나가는 실리콘밸리 인터넷업체인 익사이트@홈은 샌프란시스코 과학아카데미를 통째로 빌려 연말파티를 열려던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자사 사무실에서 조촐한 연말모임으로 대신했다.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경우 경영진의 1,2월 월급을 50% 깎고 1·4분기 보너스도 삭감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회사인력을 한 명도 자르지 않고 회복기까지 버티기 위해 가능한 모든 비용절감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공회의소 이코노미스트인 마틴 레갈리아는 이에 대해 "지금 해고했다가 중반께 경기가 좋아지면 그때 가서 좋은 사람들을 다시 고용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말파티도 줄여가며 비용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익사이트@홈만 해도 엔지니어와 세일즈맨의 신규채용은 계속하고 있다.

사람을 자르긴 쉽지만 키우기는 쉽지 않다는 평범한 상식에 비춰볼때 ''인재확보''를 21세기 기업경쟁력의 주요조건으로 삼는 미국기업들의 감원기피 경영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