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동의서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한빛·서울은행 등 6개 부실은행에 4조1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1백14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민들로서는 거듭되는 공적자금 투입이 물론 반가운 일일 수는 없겠으나 노조동의 문제로 지연돼 왔던 은행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사실 지난 연말에는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우량은행인 국민·주택은행 마저 통합의 회오리에 휘말리면서 전체 은행권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 금융대란이 우려되기도 했다.

다행히 통합대상 은행 노조가 파업을 철회해 금융대란은 막을 수 있었으나 공적자금 투입대상 은행의 노조동의서 첨부 문제로 은행 구조조정이 계속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어 왔다.

4개은행 노조가 금융노련을 탈퇴하고 한빛 서울은행 노조는 금융노련의 위임을 받아 동의서를 제출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해당은행 노조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번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평화·경남·광주 4개은행과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은행까지도 오는 3월 발족 예정인 금융지주회사에 편입해 기업금융 선도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기업금융을 주도할 금융지주회사와 소매금융을 주도할 국민·주택 통합은행의 양대 선도은행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산업을 인위적으로 양대 선도은행 체제로 개편하는 것이 최선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대형화·겸업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선도은행의 출현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인식돼 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은행권 구조조정 방안은 그동안의 혼선에도 불구하고 방향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다고 본다.

문제는 단순 통합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원·점포의 정리없는 통합은 조직 갈등만 부추겨 오히려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 지난 1차 금융 구조조정 때의 경험이다.

통합은행이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은행노조는 구조조정에 동의한 금번 대국민 약속을 반드시 지켜 앞으로 노조동의 문제로 은행구조조정이 또다시 차질을 빚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