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辛巳)년 증시가 힘차게 출발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24%와 5.93% 올랐다.

상한가 종목도 거래소 1백67개,코스닥 2백45개에 달해 모처럼 새해맞이의 기분을 한껏 내게 했다.

증시의 이런 화려한 출발을 보면서 작년말 날아들었던 권모(47)씨의 편지가 문득 떠올랐다.

"99년 하반기에 주식투자를 시작한 초보투자자입니다.

주식은 쳐다 보지도 않다가 주위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주식투자에 뛰어 들었습니다.

투자원금은 처음 1천만원에서 중간정산받은 퇴직금까지 더해져 6천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남은 건 1천여만원.

처음엔 분노도,원망도 많았습니다.사기만 하면 떨어지는 종목을 유망종목이라고 추천하는 증권사,증시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밋빛으로 넘치는 언론의 증권관련 기사들, 증시에 악재가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분노도,원망도,회한도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소원이 있습니다.다름아닌 불가측성의 해소입니다.주가가 오를 만하면 자기들끼리 치고 받아 주가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은 그렇다고 칩시다.

1년내내 계속된 ○월 대란설,XX그룹 위기설,△△노조 총파업설은 도대체 사라질 수 없는 것인지요.

○○○게이트와 주가조작사건은 왜 이리 많고,금융및 기업구조조정안은 2년이 지나도 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요.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초보가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퇴직금이라도 건지려면 새해에도 주식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것이 운명인 것을.저의 새해 소망은 대박을 터뜨리는 게 결코 아닙니다.

난데없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온갖 요소들이 사라져 소박한 투자자에게 배반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그런 증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메릴린치증권은 작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이 38개 주요국가중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치욕을 이겨내고 출발의 호조세를 이어가 권씨의 소박한 꿈이 이뤄지는 증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영춘 증권1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