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가 급등세로 출발했다.

상반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 하반기에 가서야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증권사들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힘찬 상승세를 나타내 올해 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고조시켰다.

이날 장세가 급반등세를 보인 것은 이른바 ''1월 효과''가 적지 않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새해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고취돼 장이 강세를 보인다는 이론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지난 연말과 연초를 계기로 증시를 짓눌러 왔던 많은 악재가 해소됐다는 점도 급등의 배경으로 꼽힌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축으로 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금융구조조정 가속화, 투신사 자금사정 호전에 대한 기대 등도 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시 환경이 다소 호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새해 장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침체된 국내 경기, 미진한 구조조정, 미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 그동안 증시에 악재로 작용해 왔던 많은 요인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 1월 효과인가 =이날의 주가 강세를 ''1월 효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에도 적용돼 공격적 사자 주문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보여주듯 최근 10년간 개장일에 주가가 내린 날은 지난 91년과 95년 두차례뿐이다.

특히 개장일에 주가가 오르면 1월이나 연간으로도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 있어 새해 증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이 최근 10년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개장일의 주가 등락과 연간 주가 등락이 일치하는 경우가 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장일에 주가가 오르면 연간으로 주가가 오를 확률이 70%에 이른다는 뜻이다.

◆ 제거되는 악재들 =지난 연말연시를 계기로 악재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점도 증시 분위기 호전에 기여했다.

지난 연말엔 은행권의 파업이 풀려 금융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낳았다.

이는 은행주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주요 지역에서 신시가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점은 건설주의 원군이 됐다.

또 투신권이 안고 있는 부실종금사 발행 기업어음(CP) 1조8천억원을 조기에 지급하겠다고 2일 진념 재경부 장관이 밝힌 점과 현대투신의 외자유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 등은 증권주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식시장을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하나둘씩 제거되자 투자자들이 ''사자''로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올 주가 전망 =첫날 증시가 희망에 찬 출발을 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진 국내 경기하강과 기업 및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 등이 계속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시장 여건은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 투입이 마무리되고 은행간 합병과 지주회사를 통한 통폐합이 가시화되면 최소한 불확실성은 제거된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종합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예금부분보장제도의 실시는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67조원에 달하는 회사채는 여전히 증시의 짐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대부분 증권사들은 올 증시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올 증시는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와 IT(정보기술) 주식의 부활 여부가 관건"이라며 "종합주가지수는 450∼750 수준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경기순환을 감안할 때 올 3.4분기까지 조정국면을 거치다 4.4분기부터 경기회복이 완연해질 것이며 경기는 올 중반쯤 주식시장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