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 여자 대통령"

몇년전 화제가 됐던 숙명여자대학교의 홍보 문구다.

"여성의 시대"라는 21세기.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기업인은 더이상 "신기한 존재"가 아니다.

아직 "여자대통령"은 나오지 못했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여성의 재능과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성공 여부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세계적 석학 레스터 브라운 박사의 말처럼 여성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휴렛패커드 CEO인 칼리 피오리나 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자가 되길 꿈꾸는 주요 여성기업인들의 새해 포부는 한 마디로 희망차다.

이들 기업인들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어려운 국면을 정면 돌파하는 첨병역할도 불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해외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자동차 클랙슨 제조업체인 성일산업 이문숙 사장의 올해 계획이다.

지난 93년 만도기계로부터 클락션 사업부문을 인수받아 운영해온 이 사장은 여 사장이 드문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맹활약하는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이다.

말레이시아와 영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브라질의 벤츠상용차 공장에 납품하는 등 세계 각 지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1백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여세를 몰아 제품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위축된 내수시장의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서는 수출밖에 없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이 사장은 "많은 여성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라"고 격려했다.

연 4백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백28억원.

이 사장은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식품 김순자 사장은 지난해 김치관련 특허만 25건을 출원했다.

식품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판급 사업가로 평가받고 있는 그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김치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올 계획을 밝혔다.

요리사인 남편을 도와 지난 94년 사업을 시작한 그는 지난해 하루평균 80t의 김치생산능력을 갖춘 대형 사업체를 일궈내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거래처를 뚫는데 여사장이라는 이유로 남다른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는 김 사장은 "고품질"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는 각종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김치제품을 적극 선보일 예정이다.

올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70% 가량 늘려 잡았다는 것.

한성식품은 주요 관공서와 호텔 등에 40여종의 김치를 공급하고 있고 경기도 부천 공장에서 생산한 김치를 전국에 보급하고 있다.

태양전자 이명례 사장.

지난 80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조명기구 한우물만 판 그는 "조명기구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이 사장은 "올해는 태양전자의 해외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대형 운동장에 설치되는 경기용 램프를 국산화한 기술을 바탕으로 상하이를 비롯 중국내 각 지역에 물량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김해에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6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백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각종 관급공사 수주와 더불어 해외시장 개척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올 목표는 무난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20여년간 경남지역 여성기업인들의 맏언니 역할을 해왔다는 평을 듣는 이 사장은 사내의 조명연구소 활동을 강화하는 등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그는 "어려운 때지만 제조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경남지역 여성기업들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밥스"라는 산업용 진공청소기를 만드는 리닉스 이승주 사장.

이 사장은 오는 5월께 신제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향한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 설립에 이어 올 3월 독일 쾰른세계가전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유럽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게 이 사장의 계획이다.

유럽지역에서 투자유치도 끌어낼 생각이다.

"유럽 여성 경영인들과 교류도 활성화해 보고 싶다"는 이 사장은 "여성의 감각과 독창성이 깃들인 나만의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