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기업들의 바이블은 단연 월간지인 "레드헤링(Red Herring)"이다.

첨단기술흐름이나 닷컴업체들의 동향을 상세하게 전해주는등 이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뉴스를 전하는 이 잡지가 지난 연말 갑자기 닷컴업계의 뉴스대상이 됐다.

종업원의 15%를 해고,가뜩이나 우울한 닷컴업계를 더욱 맥빠지게 만들었다.

새밀레니엄을 열던 작년 이맘때쯤 인터넷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처럼 당당했다.

닷컴기업들에겐 자금이 물밀듯 쏟아졌고 주가는 하늘 높은줄 몰랐다.

하지만 장미빛 꿈은 꼭 1년만에 악몽으로 변했다.

지난 한해동안 4만3천여명이 닷컴기업에서 해고당했고 Pets.com을 필두로 굵직한 인터넷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약 3백50개 닷컴기업들의 싯가총액은 작년 상반기 2조달러선에서 지금은 1조달러선으로 반토막이 됐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IT산업의 거품은 지난해 터졌지만 그 여진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란게 뉴욕 실리콘앨리와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미국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추세여서 PC수요가 크게 줄어드는데다 닷컴기업들의 수익모델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기업수익예측전문기관은 퍼스트콜은 올 1분기 닷컴기업들의 수익증가율은 평균 8.4%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불과 몇달전의 전망치인 28.2%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2분기에는 1분기의 절반수준인 4.3%의 수익증가가 예상되는 실정이다.

회사측은 연간 수익증가율은 13.5%로 예측해 놓고 있지만 "실제 3분기와 4분기는 상반기가 끝난 뒤에나 제대로 분석자료를 내놓을 수 있을 것"(퍼스트콜 임원인 척 힐)이란게 속직한 얘기다.

6개월전에 지금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듯 앞으로 6개월이후의 전망도 힘든게 요즘 미국 IT산업의 현주소인 셈이다.

인터넷시대는 물론 후퇴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IT산업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중 닷컴 기업들의 처절한 생존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여기서 살아남는 기업들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시장이나 벤처캐피탈리스트들도 앞으로 6개월은 쉬었다가 그뒤에 생존기술을 터득한 닷컴 기업들에 대해 투자하겠다는 분위기다.

시장의 지각변동속에서 야후 이베이 AOL 아마존닷컴등과 인터넷 인프라업체인 오라클 브로드비전 지벨시스템스등 각 분야의 리딩컴패니는 건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