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엽 < 정보통신부 장관 >

2000년 한국 사회는''디지털''과 ''인터넷''을 화두로 시작됐다.

벤처 열풍이 몰아치고 인터넷기업 가치가 폭등하면서 경제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터넷기업 주가에서 거품이 빠지고 닷컴위기론이 확산되더니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여겨졌던 벤처기업 전자상거래 등에 관한 관심이 식어갔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산업사회에서 통용되던 경영방식과 경제법칙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전통산업이 정보화를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디지털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전통산업 종사자라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정보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B2B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 상거래 관행이 혁명적으로 달라진다.

모든 시장정보와 거래절차가 투명해져 완전경쟁이 불가피해진다.

기존의 기업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절차와 시간적·공간적 제약,내부거래로 인한 비효율성 등은 일순간 사라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넓은 시장에서 물건을 팔 수 있게 된다.

전자상거래는 B2C(기업-소비자간)시장과 B2B시장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B2B가 전체 전자상거래의 80%를 차지한다.

규모나 수익성에서 B2B가 전자상거래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아직까지 기업간 거래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워낙 빠르게 커지고 있어 수년안에 혁명적 변화가 오게 된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5년간 B2B시장이 폭발,미국내 기업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3%에서 2005년 42%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2B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면 경제는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첫째, 전통산업이 살아난다.

생산성과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기업들은 새 기회를 맞게된다.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B2B 전자상거래를 시작하면,구매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사업기회를 맞게 된다.

둘째, 전자상거래를 통해 전통기업이 IT(정보기술)분야에 발을 들여놓으면,이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와 고용을 창출하게 된다.

B2B시장에 참여하려면 전사적 자원관리(ERP),내부 프로세스의 정보화(BPR) 뿐만 아니라 B2B 서비스와 기업정보시스템의 연동 등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런 솔루션을 찾는 기업이 많아지면 IT산업이 활기를 띠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 사회 전반의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즉 B2B 전자상거래의 확산은 인터넷산업과 전통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B2B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디지털 경제에서는 기존의 산업정책과 다른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산업정책은 B2B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는 커녕 자유롭고 창의적인 산업활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우리의 정보화 수준이 도입단계를 지나 확산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B2B를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는 기본적으로 민간 주도의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

물론 정부가 뒷짐을 지고 방관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전자상거래 기반과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전자상거래 확산을 지원하는 역할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

정부는 현재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망 고도화와 전자서명인증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고,전자상거래 핵심기술 개발과 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끝으로 전자상거래와 기존 유통 채널간의 마찰에 유념해야 한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존 유통 채널과의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기존 유통 채널의 통합과 사이버화를 통해 공존공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즉 전통산업과 인터넷산업의 전략적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산업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유도해야 한다.

byahn@mi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