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내용물의 양만 살짝 줄이는 이른바 ''중량 줄이기''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중량 줄이기는 가격에만 집착하는 소비자를 현혹시켜 붙잡아 둘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스낵이나 세제 커피 등 중량이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제품에서 사용돼 온 관행이다.

일종의 변칙적인 가격 인상 방법으로 미 경기가 본격적인 호황에 접어들던 1990년대 중반부터 사라졌으나 최근 유가상승 등으로 각종 제품의 생산원가가 올라가면서 다시 늘고 있다.

치토스로 유명한 세계 최대 스낵업체 프리토레이는 최근 거의 모든 제품의 중량을 6.7∼7.5% 가량 슬그머니 줄였다.

킴벌리클라크는 아기 기저귀 하기스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내용물만 2백40개에서 2백28개들이로 축소했다.

특히 미국의 소비지출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동일가격에 중량만 줄이는 관행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소비자의 경우 가격변동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중량이 조금 줄어들어도 이를 눈치채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미 소비자단체들은 제조업체의 중량 줄이기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포장용지에 정확한 제품의 중량만 표시하면 중량을 줄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어 소비자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