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 국토硏 부원장 >

건설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들 한다.

불과 몇 개월 사이 수십 개의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고 그 중에는 한때 업계를 리드하던 대형업체도 많이 끼어 있다.

현재의 위기가 일감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감이 다소 늘어난다해도 건설산업내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건설업 발전은 요원하다.

그렇다면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려야 한다.

우리경제가 재도약하려면 항만, 공항, 경전철 등 교통인프라는 물론 정보.통신인프라와 환경설비 등에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관광이나 물류산업 발전, 복지사회구현을 위해서도 SOC 투자는 선결과제다.

정부재정 확대와 동시에 민자사업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지난 95년 확정된 18개 민자사업 대부분이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렵고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려면 정부보증이 필요하다.

정부재정이라도 투입해 성사시켜야 하는 일부 국책사업인 경우 보증에 따른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해외건설도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해외에서 공사중인 대형사업이 중단되면 해외에서의 우리 업계의 신인도는 더욱 하락할 것이며 그럴 경우 해외공사 수주는 어렵게 될 것이다.

신용을 회복, 정상적인 조건으로 수주경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는 업계를 도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건설산업이 선진화되려면 해외건설시장 확보는 필수적이다.

선진국 업체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건설 시장만으로는 건설산업발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한 입찰제도를 개선해 단기적으로는 부실.부적격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공사발주시 가격보다는 기술쪽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 수주할 수 있도록 턴키발주를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발주자의 현명한 판단력이다.

부실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주제도의 합리적 운용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업계의 자구노력이다.

우선 업계는 건설사업관리(CM) 제도의 전면 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건설사업기본법 개정안이 시공부문을 CM에서 제외시킨 것은 아쉽다.

건설업도 점차 대형화.복합화되고 있다.

우리 업계를 대표하고 선도할 수 있는 종합CM업체 몇 개는 필요하다.

이들은 밖으로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안으로는 국내시장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비용절감요인의 72%는 기획과 설계단계에 있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벡텔의 경우와 같이 엔지니어링부분이 강한 업체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때문에 종합 CM업체를 육성하는게 바람직하다.

개별업체들 역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건설업체가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외형 불리기나 부동산 투기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주택사업에서도 점차 손을 떼어야 할 것이다.

우리 건설업계가 낙후된 이유 중 하나가 주택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기술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개별업체들은 기획 엔지니어링 마케팅 품질 및 안전관리 등 핵심역량을 키우는데 전념해야 한다.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경영전략을 수립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조직의 슬림화도 필요하다.

이는 각종 지원기능을 통합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재무구조를 개선해 신용등급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각종 수요창출형 개발사업을 추진하거나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하려면 신용확보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건설시장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진국 대형건설업체의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환경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변신하는 자구 노력이다.

앞으로 몇 년간 정부와 기업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건설산업의 미래가 죄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