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 <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ceo@secui.com >

용띠 해인 작년 첫날 우리 경제는''이제 곧 눈이 완성되어 하늘로 승천하기를 기다리는 용처럼''강한 자신감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우리 경제는 ''몸을 지탱하기 위한 네발마저 없어 땅을 기어다니는 뱀처럼''바닥을 기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이렇게 되자 ''한국기업인들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트를 타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즐기는 마니아(mania)''라는 해외 경제전문가들의 혹평을 나무라지도 못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분야만큼은 일본보다 몇 년 앞섰다는 우리의 자부심을 비웃기나 하듯이 물류기지를 튼튼히 하며 전자상거래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일본기업들의 뒷심과 우리가 벤처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차분하게 기간산업을 다지면서 반도체 분야를 넘나드는 중국기업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IMF이후 ''닷컴''으로 대변되는 벤처기업의 갑작스러운 성장과 추락,금융비리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일부 벤처기업인의 도덕적 해이 등은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중시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다리가 없어 몸으로 땅 위를 기어다니는 뱀처럼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며 뱀의 눈처럼 낮은 곳에서 출발해 차츰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신중한 자세로 한 해를 시작하자.

눈여겨본 먹이감이 경계심을 풀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뱀의 인내심도 배워야 한다.

우리에게 이 순간 정말 필요한 것은 한여름에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피우기 위해 한겨울 차가운 냉기를 견딜 수 있는 장미덩굴의 ''인내력''이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맺어진 열매는 보다 달고 맛있다.

2001년 진정한 21세기를 시작하는 올해에도 무한한 발전의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우리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